스케일이 너무 크다.
책을 읽고 나서, 아닌 책을 얼마 읽지 않고서 먼저 드는 느낌이었다.
대우가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면, 서방언론에서 붙여 줬다는 '킴기스칸'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어울리는 도전들의 연속이었다.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경제교류의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그 배경이 1970년대라서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루저로 남게 된 현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간다.
마치 잘 나가던 연예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한 방에 무너지듯이, 그렇게 쉽게 대우는 잊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때 국내 대기업 1위까지 예상되었던 대우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한 기업의 흥망성쇠라고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알려진 것보다, 묻혀버린 사건과 기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승자와 살아남은 자만이 세상의 조명을 받고, 그들의 얘기만이 진실이고 역사가 된다.
그렇게 역사는 왜곡되기도 하고, 진실은 은폐되기도 한다.
불세출의 경제계 거물이었던 김우중 회장님 개인 기록은 본인만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너무도 닮았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하던 대우의 성장기록은 IMF로 주저앉는 대한민국의 운명과 함께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한 미천한 개인의 상식이 조금 더 넓혀졌다.
사업 수완이 좋고, 돈 되는 사업에 유난히 촉이 좋은 사람은 분명 따로 있는 듯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하지만, 여기에 타임도 중요하다.
10년 전에 가능했던 추진방식이 지금은 불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잘 되어 갈 때, 꼭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긴다.
일반 직장에서도, 연예계에도 비일비재하다. 사업의 세계에서는 더 치열하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님은 '나는 제법 큰 기업의 경영자이긴 하지만 소유에는 별 관심이 없다.'라고 하신다.
실패로 끝난 대우의 세계경영에 대하여, 남 탓이나 핑계를 되지 않으려고 하시지 않으시려 하는 점
본인의 회사 지분이 줄어도 개의치 않고 기업의 사회환원을 위해서 공을 들인 점
같이 거래하는 업체와 50 대 50으로 이익을 나누려 한 점
그 외에도 사업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나라를 위해서 또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추진한 활동들
경영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관심을 가졌던 부분들을 알게 된다면, 평범한 경영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이익 챙기기에 몰두할 때, 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 깊이와 넓이를 다 이해할 수 없지만, 한 시대의 어른이 전하는 가르침을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느낌이다.
대우가 공중분해되었기에, 제삼자들은 쉽게 얘기할 수 있다.
'회사에 문제가 있었으니 공중분해되었지, 누굴 탓하겠냐고...'
짧은 소견으로는,
사장이라고, 회장이라고 회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경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우와 같은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 신체도 그러하듯이, 회사라는 조직도 약한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우 내부에서는 강점이라고 믿고 있었던 '세계경영'이, IMF를 계기로 외부에서 공격하기 쉬운 약점으로 드러났다.
시대 흐름을 읽었다고 생각했던 김우중 회장님의 판단에 따라서 대우의 강점으로 헤쳐 나가고자 했던 IMF는, 누군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IMF를 통해 국내 대기업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미국이, 막상 GM이 어려움에 처하자 구제금융에 나섰다는 대목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