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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 출간 홍보한다고?

- 작가가 처음인데...

by 우인지천

어느 날, 한 직장에서 20여 년 근무 후 그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기록을 해 온 것도,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도 없지만 상관없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자서전을 쓴다는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시간순으로, 어려서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어서 학창생활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입사 후 직장에서 겪었든 성장통들, 그리고 현재 다니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들을 중심으로 큰 제목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글을 적다가 감성에 젖기도 한다.


20여 년 경험했던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은 되는 것 같다.


"이왕 작성하는 거 책으로 내 볼까?" 하고 욕심을 내 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출판사에 투고할 원고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작성한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본다.


너무 개인적이고, 제삼자 입장에서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삭제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서 가위질을 한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더 자세히 기록한다. 신입 초기부터 팀장까지의 사실과 느낀 점들을 풀어낸다. 여기에 평소 가지고 있던 세상을 보는 눈과 가치관에 관한 얘기도 곁들여서,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들과 참고할 만한 나만의 기준들을 언급했다.


이렇게 졸작이 탄생했다.

일단 출판사에 투고를 해 보자.

만약에 채택된다면 출판사에는 전문 편집자가 있다고 하니, 어설픈 작품을 잘 다듬고 완성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출판사에 메일을 보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내용이 좋다며, 출간을 진행하자고 한다.


"Yes!!, 이제 작가가 되는 건가?"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제부터가 출간의 시작이라는 것을.


출판사 편집사와 내용 편집에 관하여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편집자로부터 오는 메일에서 '이제 작가님이 하실 일은 끝났다'는 문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집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온다.


"이제 예약판매부터 시작해서 출간까지 진행될 테니, 작가님의 능력을 보여주십시오."


내 능력은 다 보여줬는데?

나는 원고 작성 및 퇴고에 최선을 다했는데...


출판사에서 책 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던 홍보와 마케팅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출판사에서 대부분 알아서 해 주는 것 아닌가?


궁금증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출간 시점에 진행되는 다양한 홍보와 이벤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보 작가의 하소연도 들린다.


난 무엇을 해야 하지?

평소에 연락이 뜸했던 지인에게, 갑자기 결혼한다고 청첩장 돌리는 기분이다.


책을 낼 줄 알았으면, 안부전화라도 자주 할 걸 그랬나?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전화번호의 연락처를 보면서,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한다.

내향형이라서 그런지, 굳이 지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다.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라서 일반적인 블로거나 SNS홍보는 별 반응이 없을 듯하다.

사실 그동안 SNS를 잘하지 않았기에, 갑자기 SNS를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래서 이름값, 이름값 하는구나.

어느 유명인은 출간하자마자, 1만 부가 팔렸단다.

무명작가의 신작은 몇 권이나 팔릴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20년 다닌 직장은, 출근해서 눈을 감고 있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다 느낄 수 있었는데,

출판업계에 발을 디디니 햇병아리가 되었다.


그래도 즐거운 도전이었다.

다음에는 출판사와 조금 더 여유 있게 협의를 해 나갈 수 있을 듯하다.

내친김에 제2, 제3의 원고를 투고해야겠다.


안 받아주면, 전자책으로라도 내야겠다.


전자책은 전자책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휴대폰에 저장해서 이동 중에도 쉽게 볼 수 있고, 인터넷 링크도 올려두면 쉽게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종이 책에 비해서 페이지 수와 단가도 탄력적인 듯하다.



판매부수와 상관없이, 앞으로 나도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출판사에서 인정받고, 당당히 종이책 작가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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