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영토의 확장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수습은 3개월인데, 6개월로 하면 뭐가 다르지?
이럴 때는 지인 찬스를 활용하는 게, 인터넷보다 빠르다.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전 직장의 인사담당자에게 연락을 한다.
30분은 통화를 한 것 같다.
결론은 잘 아는 노무사 연락처를 알려 줄 테니, 그쪽으로 문의해 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나이가 들수록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다 현타가 온다.
아직도 스스로를 기존에 알고 있던 네트워크 안에만 가둬두려 한 것이었다.
20여 년 다닌 직장이고, 대부분은 원만하게 지내다가 퇴사했으니, 언제든지 나의 전화를 받아주고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들도 직장인이다. 월급에 만족하며 현재 생활에 큰 불만 없이, 맡은 바 업무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기술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비슷한 성격의 업무라도, 현재 하고 있지 않는 일은 본인이 모르는 분야이다. 그것이 인사, 재무, 회계, 영업 그 무엇이 되었든 별반 차이가 없다.
돌아보니 나도 예전에 그랬다. 직장에 근무할 때, 외부에서 연락이 와서 현재 하고 있는 일 이외에 뭔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 일단 순위가 밀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일을 먼저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생각지도 않은 그 일은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의 진행이 더디더라도 나의 책임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다니던 직장에 익숙해지면서, 내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였다.
퇴직을 하면 이걸 빨리 깨우쳐야 했다.
아직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후배가 반갑게 전화를 받아 준 것에 만족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느슨한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감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찾아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까지 고려할 필요도 없고, 우리나라 인구만 해도 5천만이 넘는다. 그런데 나의 인적 네트워크는 기존의 직장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 보나 사회적으로 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의 소중한 네트워크라고 마음에 새긴다.
나이나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코드가 통하느냐 서로의 관심사가 맞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만남을 가지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데, 누가 찾아와 주는 기적은 없다.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번지 수가 틀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제까지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집중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 시간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필요하면 도서관도 가고, 인터넷에도 정보를 찾고 그동안 연락이 소원했던 지인들에게 전화도 해 본다.
이를 통해서 진짜 하고 싶은 것, 1~2가지를 찾았다면 이제부터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기존의 직장은 잊어라.
나중에 이전 직장을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나의 미래는 내가 개척해야 한다.
지금 직장에 다니는 후배들은 자기 일 하기도 바쁘다.
그럼, 어떻게 나의 관심사에 따른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인가?
도서관이나, 인터넷에서 생각보다 자세한 자료들이 많이 있다. 단지 내가 그동안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운동이든, 악기이든, 자격증이든, 대학원이든 무엇이든지 찾으면 생각 이상의 자료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옮겨 적어보면서 스스로 고민을 해 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어느 정도 실력이 쌓아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나만의 행동 계획을 세운다.
시간 자체가 투자이다
이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진이다.
다른 도시에 가서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유롭게 일정을 짜서 전문가의 만남뿐만 아니라 그 도시의 구석구석도 살펴볼 수 있다.
이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꼭 내 주변에서 무얼 해야 하는 이유도, 직장과 함께 사라졌다.
외국에 가야 한다면?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면 못 갈 이유가 없다.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찾는 대신에, 가야되는 이유 1가지에만 집중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으로도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가십거리를 보느라 허비할 시간이 없다.
명확한 주제가 있으니, 그 주제에 맞는 커뮤니티도 찾아보고 기사들도 확인해 본다. 영어가 된다면, 구글을 활용해서 외국자료를 찾아보면서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제까지 직장에서 과정보다 결과를 만들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남들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상관없다.
과정을 탄탄하게 쌓아 올린다면, 10년 뒤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멋진 강의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부를 축적해서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을 수도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면, 지금 머뭇거리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퇴직 후의 삶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익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퇴직자가 많아야 한다.
그런 퇴직자를 우리 사회가 응원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면, 유럽의 선진국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