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상품화하기로 했다

- 아직은 낯설고 어색한 길이지만

by 우인지천

사회에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의 몸값이 정해져 있다.

이게 자본주의이겠지만, 그동안은 셈을 먼저하거나 돈을 먼저 얘기하지는 않고 살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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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그것에 대한 인지도 없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대학시절 학기 중에는 저녁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방학에는 전일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업무 강도와 투입 시간에 따라서 인건비가 정해지는 구조였다.

방학이 되기 무섭게 공사현장이나 조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몇 백만 원을 벌면 뿌듯해하곤 했었다.


사회 시스템을 배웠다기보다는, 세상이 정해놓은 인건비에 맞춰 일을 했었다.

그런 경험 속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계기는 되었다.


대부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사회가 정해 놓은 틀 속에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때의 내가 생각이 조금 더 있었다면, 직접 가게를 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엔 또 하나의 허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어머니께서 식당을 하고 계셨는데, 식당 하나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도 내가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가게가 식당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면 작은 결실을 맛볼 수 있었을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떤 가게가 유망한 지 미리 선점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끌어와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얘기 또는 나의 주변의 얘기는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는, 신입의 연봉(몸값)이 정해져 있다.

그렇게 사회가, 직장이 정해놓은 시스템에 따라서 20여 년을 살아왔었다.


직장이 주는 안정감에서 한 번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보수도, 복지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그런데, 그 비교 대상은 다른 회사의 비슷한 직급으로만 한정된다.


그때는 그랬다.

누가 회사를 못 떠나도록 묶어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갔다.


물론, 모든 경험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소중한 추억이다.

하지만, 그 틀을 깨 보려는 시각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이제 다시 나를 상품화하고, 스스로 그 가치를 매겨서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어떤 경력이 있으며,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 홍보하고, 누군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식을 더 쌓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필요하면 외모를 가꾸기 위한 투자도 하려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더 상품성이 있다면, 기꺼이 변하는 길을 택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게 자본주의라면, 맞춰서 살아보기로 했다.

20여 년 기술직에 몸담았던 과거에는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퇴사 후 지난 2달간의 고민 후 내린 결론이다.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고객이 왜 나에게 돈을 지불하는가?
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도록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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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물론,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고, 만족시키고 싶지도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고객과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게 지식이나 외모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현타가 왔다. 그리고, 직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꾸었다.

내가 알고 있던 직장은 더 이상 없으며, 앞으로 나에게 회사는 고객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회사는 기꺼이 나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했고, 나는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고객치고는 꽤 괜찮은 고객이었다.


내가 여유를 부려도 인정해 준다
사적인 일이 있다면, 기꺼이 휴가도 받아준다
필요하다면, 다른 인적자원을 활용해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관리자로서 조직관리를 한다는 것만으로 대우를 해 준다


하지만, 앞으로 만날 고객들로부터 이런 배려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시간이 없는지
몸이 아픈지
개인적인 사유로 일을 못하든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고객의 관심사항도 아니고, 이를 고려해 주리라 기대도 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고객은 결과로만 평가를 할 것이고, 스스로도 결과로만 평가를 받고 싶다.


그리고 달라진 한 가지. 시간만 지나간다고 몸값이, 내 가치가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상품화한다는 의미는,

누군가에게 내 지식과 경험을 전달할 때 돈으로 가치를 매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내 시간, 지식, 경험은 모두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

이렇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중무장해서, 도심의 정글에서 살아남기로 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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