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불안, 숨기지 말고 다루자

나를 인정하기

by 조현석

많은 사람들이 대중 앞에서 발표나 스피치를 할 때 두렵고 불안해합니다.

다만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뿐이죠.

긴장하고 떨리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이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과 편안하게 얘길 나누다가도

막상 발표 자리에 서면,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외면할수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마음 한편에 깊이 스며들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 테지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예전처럼 소극적으로 행동하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일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영향을 미칩니다.




아내와 함께 미용실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손님들과 대화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말 외에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할 때가 많았죠.

그렇게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스스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방안이라도 세워야 했습니다.

그리곤 스피치 학원에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거지요.


아내에게 학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생각 때문에 혼자서 고민을 끌어안고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내 고민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스스로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을 뿐, 수시로 저를 괴롭혔죠.

결국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 스피치 학원에 가서 배우고 와야겠어!"

그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왜 굳이 학원까지 가서 배우려고 하니?"라고 묻더군요.

순간 창피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진지한 제 표정을 보며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또 열심히 공부하라며 말해주기도 했죠.


그때 제가 창피하다는 이유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있던 자신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져 괴로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내 안에 쌓여 있던 불편한 감정을 밖으로 표현했을 뿐이었습니다.


내 고민을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며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거지요.

그것이 출발점이 되어 스피치 학원과 다른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에는 수강생이 30명이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수업에 참여했죠.

수업 시작 전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죠.

저는 미용실을 운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후 여성에게도 어떻게 왔는지 물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는데 스피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사람마다 학원에 오는 목적은 달랐지만,

말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수강생들이 강사가 알려주는 내용을 잘 흡수하기 위해 집중해서 듣는 듯보였습니다.

문제는 배운 것을 일상에서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실행은 잘하지 않았던 거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발표할 때, 그들을 평가하곤 했죠.

속으로 '스피치는 저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제 자신이 발표불안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어서 학원에 왔지만,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나는 남들과 차원이 다르다며 경계를 짓고 스스로를 치켜세우곤 했습니다.

실제로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면서 아닌 척 행동했죠.


제 안에는 자존심이 강하고 자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학원에 다니니 실력이 빨리 늘 수가 없었던 거죠.

아내는 "오빠, 학원에 다니는데도 왜 이렇게 말을 못 하냐!"라며 타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안에 말을 못 하거나 부족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나는 발표불안을 느끼지 않아!'라며 생각했죠.

일상에서 조금 불편함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자 학원에 다닌다고 여겼습니다.


사실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자신이 작거나 초라하게 보이는 것도 아닐 테고요.

하지만 당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고민과 문제를 조금씩 안고 살아갑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파악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문제가 자신의 능력과 결부된다고 느낄 땐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능력과 실력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발표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제한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으로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자신감을 잃어서도 안 될 테고요.

우리는 말을 잘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불안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자기 성장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받아들일 때부터 시작됩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까지도 포함해서 말이죠.

그러니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말고 잘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