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친구처럼 대하기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감정

by 조현석

발표할 때 느끼는 불안을 없애려고 할수록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불안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신경 쓰면 그 감정에 사로잡히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도움이 됩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발표에 임할 수 있게 되죠.


왜 사람들은 스스로 불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려 할까요?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긴장하거나 불안하다는 건,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발표하는 자리에 서면 불안을 느낍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해 있어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버립니다.




예전에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개특강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5분 동안 발표를 해야 했죠.

스피치 수업을 듣고 변화된 점을 말하면 되었습니다.


그날 참석한 인원이 30명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자리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나름 발표를 멋지게 하고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요.


연단에 올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향해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지더군요.

정면에는 창문이 있었고, 그곳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후 준비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특강 전에 반복적으로 연습했기에 큰 실수 없이 마칠 수 있었죠.


특강이 끝나고 발표했던 제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어요.

동기들이 고맙게도 촬영을 해주었던 겁니다.


영상 속 제 모습을 보는 데 제대로 마주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에다 열심히 하려는 한 남자가 보였거든요.


마음의 여유도 없이 말을 마구 쏟아내는 듯했습니다.

청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듯 보였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긴장하지 않은 척 행동하며 애쓰고 있구나.'


그때의 저는 실수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얼굴도 무표정으로 하며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죠.


사실 공개특강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행동했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못하고 저를 포장하며 꾸몄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느낀다는 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불안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하면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관찰하며 내 안의 감정을 마주하는 거지요.




언젠가 불안을 받아들이면서 부담감이 줄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스피치 강사 양성 과정에 참여하던 때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동기들 7명이 다 함께 모여 발표 연습을 하곤 했죠.


교육 내용은 발표불안 극복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정이었습니다.

한 명씩 차례대로 강의를 하며 서로가 피드백을 주고받았어요.


동기들에게 평가받는 자리가 될 수 있었지만, 관점을 이전과 달리했습니다.

우린 모두가 배우는 입장이고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의 부족함 알기에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 안아 주려고 했죠.


그런 마음으로 발표에 임하니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기들 앞에서 말하는데 크게 긴장되거나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그 자리에서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불안이란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때, 부담감은 줄어들 수 있었죠.

불안을 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생각을 통해 감정과 행동, 신체반응으로 연결됩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정에 영향을 주죠.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관찰하며 내 안의 욕구를 파악해 볼 수 있죠.


만약 불안한 감정에 계속 흔들린다면, 한 번쯤 자신을 마주했으면 합니다.

내 안에 일어나는 욕구 등을 바라보며 생각의 방향을 다시 맞추어 봅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내재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거죠.

그로 인해 불안을 느끼며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를 제대로 인식할 때, 불안은 외면해야 할 감정으로 남지 않습니다.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감정이며,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