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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의 추억 4

너 내 딸 맞지?

by 행파 마르죠

막내가 수학여행 간단다.

어디로?

제주도로.


"그래? 잘 됐네. 자유시간에 이모도 보고"


그렇게 막내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한 여름이라, 더위를 극혐 하고 못 참는 아이가 좀 걱정이 되었지만 뭐 놀러 가는데, 별 일 있겠나?


운명의 전화가 울렸다. 담임 선생님 전화다.

좋은 일이면 굳이 전화할 일이 없을 텐데?

뭐지? 가슴이 먼저 두근 반 세근 반. 내 귀를 쿵 쿵 울려댄다.


선생님 전화받을 때 이 긴장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머님 안녕하세요? 따님이 여행에서 이탈했어요. 연락도 안 되고요.

어머님이 전화 좀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았습니다."

대체 녀석, 어디 간 거야?

선생님한테 미안해서 목소리가 개미만 하게 작아진다.


대충 짐작은 갔다. 제주도 햇빛 , 낮에는 너무 뜨거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힘들다.

참고로 딸은 햇빛이 싫어 여름엔 밤에만 나간다. 주로 새벽에 들아오고 낮엔 잔다.

평일에도 ~


아니나 다를까? 이모 즉 제주 사는 내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똥차(내 딸)가 전화 왔어. 수학여행 왔다는데, 울 집에 오면 안 되냐고 하는데,

어떡해?"

"전화 오면 다시 학교 숙소로 가라고 해 줄래? 얘 때문에 난리 났어."

"알았어. 내 말을 들을까 모르겠네."


막내 딸한테 전화했다.

안 받는다. 같이 이탈한 딸 친구한테 전화했다. 받는다.

"여보세요? 너네 어디야? 선생님들이 너네 없어져서 난리 났어.

담임선생님이 너네 어딘지 알면 데리러 간대"

"그러고 싶은데요. 얘가 가기 싫대요"

"딸 좀 바꿔 줘"

"엄마 나 이모집 갈래. 더워서 도저히 못 걸어 다니겠어. 탈진이야."

"난 너 때문에 탈진이야. "

"싫다고, 나 못 다녀. 더운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뚝. 전화를 끊어 버렸네.시 전화했다.


핸드폰을 꺼 버렸다.이런 된장



이어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인데, 교장 선생님을 대뜸 바꿔준다.

"어머님, 이러면 안 돼요. 이 두 아이들 때문에

저희가 단체 이동을 못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다시 연락하 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두 아이들 빼고 예정대로 이동하시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단체 행동 몰라요? 학교에서 왔지. 개인으로 왔습니까?"


아, 막힌 분이다.


앞 뒤가 꽉 막힌 분이다.


그래도 고맙다.이 아이가 뭐라고 기다린단 건지 고맙긴 하다.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보다. 이 순신 장군처럼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군대도 아니고, 사고 친 두 아이 그냥 두고 가면 되지. 다른 학생들이 뭔 죄람?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안해서 어쩌지?


그래. 막내가 제일 죄가 크지. 대역죄인이지. 이놈의 기집애 집에 오기만 해 봐라. 아으 정말 가지가지 한다.


이어서 제부가 전화 왔다. 막내가 계속 데려와 달라고 들 들 볶고 있단다. 데리러 간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대신 잘 달래서 학교 숙소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교장선생님께 전화했다. 아이랑 연락이 되었으니 저희 친척이 데려갈 거라고 했다.


제부는 착하고 성실하고 이해심이 많은 분이다. 다행이다. 아무튼 두 범죄자는 다시 제부 차를 타고 일단 숙소로 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얘네 둘이 숙소에서 절대로 안 잘 거라고 했다. 왜? 애들한테 너무 쪽팔려서 못 있겠단다. 아니 쪽팔린 짓을 왜 해? 난 알았다. 그런 말은 빠져나가기 위한 핑계라는 걸. 다음 날 햇빛 속 행군을 하기 싫어서 둘러댄 핑계란 걸 말이다.


교장 선생님이 다시 전화했다. 고집 피운다고 어떡하냐고 물었다.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 손을 떠난 일인데? 거기로 갈 수도 없지 않은가? 툭 끊으신다.


아니 오늘은 왜 전화를 툭 툭 끊는 거야?

그럴 거면 전화를 왜 해? 괜히 전화기에 화풀이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우리 제부님을 앉혀 놓고 아이를 데려가서 내일 공항 시간에 맞춰서 데려오라고 서약서에다 확인하고 사인하라고 하셨단다.

안 그럼 전체 학생들이 서울 가는 비행기 못 탄다고 으름장을 하셨대나.


그래도 다행이다. 교장 선생님도 아셨겠지. 이 아이의 고집을 꺽지 못하리란 걸~제부님한테라도 자기의 힘과 명에를 회복하고 싶으셨겠지


막내와 막내절친은 다행히도 이모집에서 편히 지내다가 (아니 밤엔 나가서 쇼핑을 하고 들어왔단다) 다음 날 제부 차를 타고 제주 공항으로

갔다.


그렇게 수학여행 해프닝은 끝났다.

모두 서울에 안착했다.

막내는 선물 하나 안 사 왔다.

그래도 안 다치고 온 게 다행이다.

내가 다쳤다고~ 내 마음이 다쳤다고~


이 해프닝들은 대체 언제 끝날까요?


4부 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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