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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변신 4

쓰레기가 보물이 되다

by 행파 마르죠

4일째 옥상으로 다시 갔다.

바닥 먼지가 아직도 많아 울 애기들의

발바닥 안전을 고려해 더 쓸어내기로 했다. 야옹이와 멍멍이의 여린 발바닥 스크래치 주범들을 없애는 기분으로 상쾌하게 클리어했다.

4일째는 먼지만 쓸었다. 먼지만 뒤집어썼다.

눈썹이 하얘졌다. 이럴 땐 안경을 써야 하는데 청소하고 나서야 생각났다


5일째, 옥상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몇 개만 입양하기로 했다. 쓰임새와 크기를 고려해 선별해 보았다.


첫 번째 입양아, 쌀독(항아리)

겉 표면에 나름 빗살무늬가 새겨져 있다. 우리 집에 쟁여놓은 20킬로 쌀 양식의 집으로 딱일 것 같다. 집에 고이 모셔와서 물세척하고 말리고 드라이기로 재차 말렸다.


울 애기가 새 물건 냄새를 맡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킁 킁 코를 들이대며 다가왔다

고양이가 분명한데 개코이다. 우리 집 냄새 담당은 멍멍이 바나인데 주무시느라 코빼기도 안 보인다.


쌀 포대를 풀고 살살 부어 보니, 20킬로 쌀이 완벽하게 들 어가고 약간의 공간이 남았다. 이런 걸 틀이 맞는다고 하나보다.

기분 좋아졌어 ㅋ


두 번째 입양아. 대형 화분 받침대

요 녀석이 물건이다. 바퀴가 달린 신박한 아이다. 거대한 화분 몸체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애석하게도, 흙을 덜어내려고 손을 댄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옥상 작업을 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얼른 입양해서 씻기고 말려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어디선가 냥이가 나타나 코를 갖다 대면서 격하게 비벼댄다.


"냐옹 반갑다냥. 어서 오라냥"


세 번째 입양아, 유리그릇


이 아이가 어떻게 변했을까?

영롱한 무지갯빛 광채를 뽐내며 짜잔~

쓰레기가 보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게 바로 보람이라는 거다. 울 멍멍이가 관심을 보이며 다가온다.


냉장고안에 있는 배와 멜론 디피해 보았다.

간지 작살이다. 이런 보물을 발견하고 입양한 나의 센스에 감사한다. 센스쟁이 덕분에 못 쓰이고 버려질 운명의 아이들이 재탄생되었다.


오늘 신박한 경험들을 잊지 말자. 그래서 기록이라는 게 필요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으로 날아다니는 것 같다. 부자인 것 같은 부자 느낌. 우주의 기운이 옥상과 내 집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내일을 기대하며

cheering~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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