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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08. 2020

옥상의 변신 5

평상 위의 노트북

옥상의 변신 5일째 쓸고 치우고 버리고 박살내고 치우고 쓸고 물청소하고 버리고 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정리는 되었네요.

아직도 먼지가 창궐하여 또 쓸기로 했어요.

울 냥이와 멍멍이의  여린 발바닥 스크레치의 주범들을 그냥  둘 수가 없어서요.



다음날 6일째~

옥상 가운데 평상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요.

세월의 흔적만큼 나뭇결이 바래고 여기저기 삐걱거리긴 하지만 가끔 저 혼자 차도 마시고

심지어 컵라면 먹기도 해요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평상에 돗자리 깔고 노트북과  커피잔 가지고 나와 봤어요. 실내화도 평상 아래 디피해 놓고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세계를 만끽해 보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그림은 요런 그림인데요.


현실은 이렇네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속으로 외치며 자족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니까요.


문제 발생. 평상 왼쪽에 물탱크 같은 커다란 통 뚜껑을 열고 말았어요. 노동은 끝이라고 생각한 건 저의 착각이었어요. 잠시의 쉼은 끝이 나고 말았죠.


마르죠. 아무튼 일복은 타고났죠. 제가 키 165센티에 45킬로인 이유가 다 있다니까요.


뚜껑을 여니 제 헤드 뚜껑이 열렸어요. 녹색 도깨비 같은 미역 줄기들이 바닥에 깔려있는 녹조 물이었어요. 유리병 두 개가 둥둥 떠다니는 꼴이 제 눈앞에 따악 잡히고 말았죠.


부피가 커서 밀어서 쓰러뜨려 한방에 물을 버리려고 했지만 요놈이 꿈쩍을 안 했어요.

할 수 없이 한편에 세워져 있는 더러운 바켓으로 물을 떠서 버려야 했어요.

열몇 번의 버켓 물질을 해서 하늘색 바닥이 드러났어요. 녹물이 나가니 본래의 오리지널 비취색으로 색깔을 찾았네요.


문제는 바닥에 버린 녹색 도깨비 미역줄기가 배수구를 막아 둥둥 떠다녀서 물난리가 난 거죠. 바짓단을 접고 양말을 벗어 배수구 쪽으로 가서  물길을 몇 번이나 터주어야 했어요. 빗자루 청소 다 해 놨는데

또 바닥이 엉망이 되어 버렸네요.


나 홀로 옥상 가을소풍은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네요. 진을 빼고 나니 어느덧 출근할 시간이 되었어요. 얼른 씻어야지.


울 아그들 열심히 영어 티칭 하러 가야죠.


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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