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목놓아 기다리던 파라솔과 파라솔 받침대가 도착했다. 파라솔을 지탱해줄 받침대가 늦게 와서 계획보다 지연되었다.
덕분에 구더기 된장독 버리는 최악의 일을 완료할 시간이 확보되었다. 내 몸속에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의 존재는 인식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구더기는 징그럽다고 인식하는 자신이 더 이상하다. 이상하다 라고 되뇌면서 한참을 비닐에 버리고 시궁창에 버리는 작업을 했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맛없는 된장이나 간장에는 절대로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다. 심지어 구더기를 걷어내고 뜨거운 물에 소독해서 죽인다는 블로거도 있었다.
아니 되오. 내가 담근 된장도 아니니 일단 거름망에 걸러 된장은 비닐에 담아 음식쓰레기에 분류해서 버리기로 했다. 걸러진 간장은 하수구로 버렸다.
진짜 이게 마지막 작업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아 된장 냄새는 정말 하루가 지나도 손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비누로 퐁퐁으로 손소독제로 번갈아가며 씻어대자 좀 사라진 듯했다.
암튼 나의 옥상 카페 계획의 대미를 장식할 파라솔님 개봉 박두했다.
아 이 순간을 위해 나의 몸과 마음과 시간과 노력과 냄새와 고투해 왔다. 태권도 날아치기로 막대기를 절단하고 도깨비 미역줄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구더기에서 정점을 찍었던 나의 8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야호
야외에서 선글라스 끼고 드로잉 하니 연필 각이 살아나네. 햇살이 뜨겁지도 덥지도 않게 딱 알맞은 온도로 내려쬐고 있다. 순간에 살고 순간에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울 냥이가 인사드려요. 그동안 절 위해 옥상에서 개고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작업들이 있다. 옥상 한가운데 있는 평상 페인트칠, 열 가닥 스무 가닥씩 방치되어 늘어져 있는 케이블선 정리, 장독대와 덩치 큰 물건들 정리 등 넘어야 할 작은 산들이 있다. 큰 산은 넘었으니 숨 고르기 하면서 천천히 하나씩 히나씩 해 나갈 예정이다.
지인이 파라솔 사진을 보냈더니 놀러 온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정작 우리 집 애들은 관심이 없다. 오천 원, 만원씩 하는 스타~이런 데 가겠지. 그래서 나 혼자 일했다.
나만의 속도로 조절해 가면서 하니 오늘에 이르렀다. 걔네들한테 구더기 보여 주면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징그럽다고 옥상에 아예 발 들여 놓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