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파 마르죠 Oct 15. 2020

옥상의 변신 10

옥상에서 힐링타임(추억 더듬기)

 It's time to heal myself on the rooftop.


하남 사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옥상 보러 가도 돼요?"

"당근이지"

"알았어요. 이따 요"


점심때쯤 빠뤼 바겟 빵을 한 아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인이 방문했다.

집에 들어오지도 전에 옥상으로 직행했다.


미리 파라솔을 펴고 의자를 준비해 두었다.

마침 하늘은 뭉거뭉개 솜사탕 구름이 점점이 박혀 있고 가을 햇살이 적당히 비추고 있었다.

하늘과 구름과 풍경이 시야에 다 들어오는 이 클래스가 다른 옥상을 봐라.


커피와 유자차를 대접하고 선물로  가져온 향긋한 맛의 빵을 꺼내 먹기 좋게 잘라 내었다.

."어, 언니 너무 좋아요. 뷰가 장난이 아니네요"

"그렇지? 내가 개고생 좀 했지"

"여기서 마시니까 차 맛도 다르네요"

"크크 맞아. 빵 맛도촣구"

몇 시간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다가 일어나 걷다가 길거리를 내다보며 또 이야기한다.

"언니, 여기서 내다보니까 세상이 달라 보여요. 저기 사장님은 여전하시네"

  참고로 내 지인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실장일을 했다. 이 아파트 계약도 이 분을 통해서 했다.


예산은 빠듯한데 집 보는 눈은 높아서  하루에 서너 개씩 한 달 정도를 집 구경 다녔다. 단 한 번도 눈살 찌푸리는 일 없이 열심히 이 집 저 집 튜어를 시켜주었다. 튜어 하는 동안 급 친해진 것 같다. 성격 갑인 내가 성격 갑인 사람과 같이 다니니 즐거웠다.


이 옥상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라 대 변신한 모습이 믿기지 않은지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이런 데서 술 마시면 술이  술 술 잘 들어가겠어요"

"오홋 담에 함 기회 만듭시다"

다음엔 알코올 타임을 가지기로 하고

유치원 다니는 딸 픽업하러 갈 시간이 되어 아쉬운 작별을 했다.


나의 청소력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중학교 3학년 시절로 기억한다. 학교가 끝나면 나를 포함한 사총사끼리  모여 집까지 걸어 다녔다. 대로변으로 다니지 않고 골목으로 다녔다. 학교 가까운 냇가를 지나는데 냇가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제안을 했다

"우리 냇가 청소할까? 학교 끝나고 가는 길에    들어가서 쓰레기 줍고 ,주운 쓰레기는 집에 못 가져가니 소각하자"

"좋아, 한 번 해 보자"

이렇게 나의 제안으로 냇가 청소가 시작되었다.


냇가에는 사람들이 내다 버린 휴지, 비닐 , 종이류 등 생각보다 쓰레기가 차고 넘쳤다.

첫날, 쓰레기를 한 데 모아 가져온 성냥으로

쓰레기를 태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고 무모한 짓이었다.


3일째 되던 날, 전날처럼 쓰레기를 줍고 불을 태우는데 지나가던 어른들이 잘한다고 칭찬은 못 할망정 소리를 막 지르셨다.

"아니 거기서 뭣들 하는 거야? 이 나쁜 놈들 같으니. 어서 불 끄고 집에 가지 못 해?"

"저희들 청소하고 쓰레기 태우는 건데요?"

"경찰 부르기 전에 어서 그만 두지 못해?"

경찰이라는 말에 순진한 우리 사총사들은

그 날 이후로 자발적 냇가 청소 프로젝트를 종식하고 말았다.


어른들은 우리 사총사를 비행 청소년으로 오인했다. 가출해서 냇가에 모여 불장난하며 노는 못된  애들이라 생각하고 경찰  운운하며 혼낸 것이다. 졸지에 좋은 일 하려다 가출 청소년의 불장난으로 누명을 썼다.


중학교 시절 해프닝을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고 그 친구들이 보고 싶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그때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의 옛 추억이  가을 옥상 카페에서 익어간다.

아 옛날이여~


청소 잘했다냥






작가의 이전글 옥상의 변신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