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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28. 2020

똥차의 추억 7

어디까지 가 봤니?

검찰청에서  등기가 왔다.

아이와 함께 법원에 출두하라는 명령의 내용이었다. 경찰서에서 여경과 여경의 상사가 쑥덕쑥덕하는 게 수상하다 생각했다. 본인이 담당한 사건도 아닌데 건방지다는  이유로 당해보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뒤통수를 친 게 틀림없다. 거기다가 합의금까지 냈는데 말이다.


아무리 닭대가리여도 이 정도 사태 파악은 한다.


법 쪽으로 아는 동생에게 조언을 구했다. 창피하지만 조언을 받으려면 자초지종을 다 얘기해야 했다. 요래서 저래서 이렇게 되었어. 법원에 이미 넘어간 거고 출두 날짜까지 받았으니 가긴 가야 되는데, 이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 설명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부모 형제들한테도 말 못 할 속 얘기를 하고 말았다. 가족들은 가까운 사이인 만큼 거리를 두지 않고 직설을 날릴게 틀림없다. 애가 왜 그 모양이냐 애를 왜 그따위로 키웠냐며 비수를 꽂을 것이다. 당해봐서 안다. 그럴 때의 기분이란 지구에서 꺼져버리고 싶 심정이다. 그런류의 잔소리와 폄하 발언은 더욱 나를 힘들게 한다.


법원에 갔다. 수원까지 나의 애마 똥차를 몰고 갔다. 순번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호명 하들어간다. 순번이 다가올수록 입술이 바 쌕 바싹 말랐다. 이번엔 공손히 대답해라. 본인이 제일 잘 안다. 공권력 앞에서 공손히 응대하지 않아서 이 사태까지 벌어진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일단 분위기가 엄숙하다. 판사가 질문한다.

합의금은 줬는지 반성은 하고 있는지 짧고 굵게 명확하게 질문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대답했다. 그리고 딸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결과를 기다렸다.


근데 딸이 안 나왔다. 법원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벌써 이송했다고 한다.

"뭐라고요? 아니 잘못 아시는 거 아녜요?

디로요?"

소년원은 아니고 한 달간 호관찰소에서 말 그대로 보호관찰을 받는다고 한다.


"아니 왜요? 저랑 집에 가야 되는데요?

이런 법이 어딨어요? 여기 대한민국 맞아요?"

나의 소리는 공기 중에 힘없이 넋두리가 되어 돌아왔다. 뭔 이런 쓰레기 같은 법이 있대?

그 여경한테 전화를 했다. 그 여경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이미 정해졌으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무책임하게 말한다.


몰랐다고? 너네 둘이 속닥속닥 거리며 짜고 친 거잖아. 속으로만 이런 말을 되네이면서 전화를 끊었다.


새벽같이 면회를 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순서대로 들어갔다. 보자마자 눈물이 얼굴을 타고 내려왔다. 딸도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울다 웃다 반복하니  엉덩이에 털 나겠다고 또 웃었다.



"낼 또 올게. 잘 지내고 있어."

그렇게 나의 하루는 딸 면회로 시작되고 있었다.



7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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