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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29. 2020

똥차의 추억 8

심경 변화

막내가 있는 보호 찰소에 다음날도 방문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 준비까지 하고 새벽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졸린 눈을 비비며 운동하는 기분으로 갔다. 기분이라도 좋게 조작해야 살 것 같아서 목소리도 하이톤으로. 음 음  연습해 가면서 에너지를 모았다.


둘째 날은 보자마자 방긋 웃어주리라 다짐하고서

"야, 밤새 잘 잤어?"인사했다.

새벽 6시에 기상하고 9시면 소등해서 자야 한단다. 딸 케어해주고 있는 담당 직원분이 말한다.

"딸이 얌전하고 말이 없어요."

"네 원래 말이 좀 없는 편이랍니다."


가부좌하고 거의 하루 종일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교통사고 나서 수술받은 자리가 영 불편한가 보다.

화장실을 공동으로 같이 써서 불편해서 물도 안 마시고 밥도 잘 안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바나(애완견 이름)는 잘 있어? 수술한 데는 괜찮아?"

참고로 울 아지는 한 달 전쯤 집을 나갔다가 반나절만에 거지꼴로 하고 들어온 다음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시작되더니 나중엔 배가 남산만 해져 임신한 줄 알고 병원에 데려갔었다. 난소에 세균이 감염되어 손을 쓰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해서 거금을 주고 수술했다.

막내딸이 수술시켜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유명 애완 병원에서 몇 시간에 걸쳐 수술받고 살아났다.


"응 괜찮아졌어. 다시 밥 잘 먹어"

"그래 다행이네. 바나 보고 싶어"

"그래? 친구들은 안 보고 싶어?"

"별로. "

"나 얼른 나가고 싶어."

"답답하지?"

"응 미치겠어 여기 있는 애들 다 이상해.

말도 섞기 싫어."

"왜? 어떤 애들인데?"

"쌍욕하고 쌩 양아치들이야"

"그래, 엄마가 잘 알아 볼게. 너도 어기서 최대한 얌전하게 잘 지내. 알았지?"

"응 알았어."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어린 아이다.

고 2의 앳된 모습을 한 평범하고 이쁜 여자아이에 불과하다.쌍욕하는 양아치들이 득실대는 그 곳에서 얼른 아이를 구출해야 한다.


아이를 빨리 데려오려면  보호자인 내가 할 일이 많았다. 배정된 국선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서 서류를 준비하고 수원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 가서 제출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전화했더니 혹시 아이가 우울증 병력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병원에서 상담받았던 적이 있다고 했더니 의사소견서랑 진단 이력을 첨부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아이랑 제주도에서 1년 반 동안 거주할 때 무단결석을 많이 해서 학교 측에서 우울증 검사 소견서라도 떼어오라고 해서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 제주도까지 가야 되는데? 일단 기억을 더듬어 114에 물어보고 병원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글쎄요. 기록이 있나 모르겠네요?

언제 진단받으셨는데요?"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 그럼 직접 오셔서 확인하시죠?

본인 확인이 있어야 돼요. 요즘 법이 화되어 본인 확인이 안 되면 안 됩니다."

"본인 집에 없고 제가 엄만데요?"

"그럼 곤란해요."


이런 답답한 사람들이 있나. 아이와 엄마가 직접 와서 확인하라고 한다. 이것 보세요. 아이가 보호 찰소에 있는데, 우울증 병력을 증명하라고 해서 전화한 거라고요. 형식적인 법만 들먹이지 말고 사정을 좀 봐 달라고요.

당신은 애가 없나요? 이 기막힌 현실을 제가 설명했는데도 이해가 안 되세요? 이해는 하는데 해 줄 수는 없단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성과 감성과 창의력과 편법을 총동원해 보자.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기막히고 또 기막힌 횐실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또 당할 수는 없다.


엄마는 위대하다는 걸 꼭 증명하리라.

우리 아이는 그런 곳에 수용될 만큼 양가치가 아니라구요. 뭘 좀 아시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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