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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30. 2020

똥차의 추억 9

변화하는 모습

제주도 신경과 병원 측과 며칠간의 줄다리기 끝에 우울증 병력 소견서를 팩스로 받아낼 수 있었다. 모자관계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야 했다.


이제 이 서류들과 보호관찰소 측 담당 직원의 학생 상태 변화 관찰내용과 향후 진로 계획 부 등 아이의 상황 변화 내용 서류들을 들고 수원에 있는 국선 변호사를 방문해야 했다.


똥차를 두고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서 수원 방법원 인근 법률 사무소에 내방했다.

젊고 유능한 변호사라 그런지 말도 살갑고 친절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서류 여기 가져왔어요"

이 서류가 다가 아니었다. 집안 환경,부모 상향, 아이의 성향 등 가정환경 실태 조사서를 a4 한 장 가득 써야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해야지 생각하고 최대한 자세히 그러나 펙트 추려서 써 내려갔다. 완성이 보인다.


제출하고 간단히 면접? 비슷한 대화가 오고 갔다.

"어머님 대단하십니다. 제가 여태 청소년 사건 담당하면서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시는 부모님은 안 계셨어요. 두번 세번 재범인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들이 포기하시더라구요. 어머님이 이리 아이사랑이 크시니 잘 될 거예요.걱정 마세요"

"어휴 정말요? 감사해요.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성의껏 응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버스를 탔다.

낯선 곳이다 보니 버스 편을 제대로 몰라 택시를 타고 수원역까지 가서 갈아타기로 하고 역까지 가는데 오만가지 감정들이 오버랩되어 스쳐 지나갔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다. 나도 같이 겪는다. 신이 그랬다. 신이 지상의 모든 인간들을 다 돌볼 수 없으니 엄마라는 존재를  주어서 지식들을 대신 보살피는 숙제를 주셨다.



아이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면회를 갔다.

아이 표정이 그다지 좋진 않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니 열흘이나 넘게 갇힌 생활을 하는 게 버겁고 힘들 것이다.


"여기선 내가 젤 착해.

딴 애들은 폭행, 성추행, 인신매매범 장난 아니야. 나한테 말 걸고 번호 따려고 해도

말도 안 섞었어. 밖에 나가면 서로 연락하고 또 나쁜 짓 할 건가 봐"


아,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고 악의 무리에 끼지 않겠다는 딸의 의지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말썽 일으키지 않고 고분고분 잘 적응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감격했다.


"나가면 요리 배울 거야. 제빵 기술부터 배울까?"

"그래 그러자. 나가서 바로 배우자"

주말반 등록하면 되지.


한정된 공간 안에 한정된 시간 안에 대화를 나누니 평소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린 원래 친했잖아. 생각해 보니 이 모든 원인제공은 나이다. 아빠 없이 혼자 키웠고 생활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제대로 보살피질 못했고 제대로 키워보자고 맘먹었을 땐 이미 사춘기가 되어 있어서 내 맘과 다르게 자꾸만 단절되었다.

 

이제 이 모든 걸 제대로 돌려놔야지. 아픈 곳을 보듬어 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어야지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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