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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파 마르죠 Oct 13. 2020

옥상의 변신 9

연결의 의미


옥상 라인을 따라 어지럽게  엉키고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선들을 보라

예전엔 누군가의 집에 연결망이 되어 인터넷이 터지고 케이블 티브이를 시청하게 했던 그 장본인들이다. 통신 3사와 이름 없는 지방 케이블사 기사들이 집주인의 요청에 따라 연결해 주었던 들이다.


이사 가고 오고를 수없이 반복하며 집주인에 의해 버려지고 짓밟히는 수난을 당했겠지.

누가 너희들을 신경이나 쓰겠니?


비바람에 색이 바래고 흠집이 나고 껍질이 벗겨진들 누가 한 번이라도 봐주겠니?


사람들은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컵에는 신경을 쓰고 덜 쓰자고 외치면서 케이블 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방치되어 뾰족한 케이블선들이 드러나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사물이 가지는 본질이 사라지면 여차 없이 버리고 없애버렸다.

옥상의 변신을 진행하면서 물건을  쉽게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이사가 버리는 비정한 집주인이었던 나를 발견했다.


선한 부자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있는 물건과 있는 돈과 재산과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진정한 부자다.


개똥철학은 뒤로 하고 선 정리나 하자.

선 정리에 딱 필요한 건 두 개이다. 철사와 뺀치. 철사를 알맞게 잘라 어지러운 선을 한 데 묶어주면 된다.

요렇게 묶어주면 흐트러지고 뾰족 뾰족 속살 침이 드러난 선들이 정리가 된다. 저 철사도 철물점에서 구매한 게 아니다. 옥상 구석 한편에서 뒹굴고 있던 걸 발견했다. 이렇게 내 손에 의해 다시 쓰일 줄 알고 그동안 방치되어 날 기다렸나 보다.


수십 년 넘게 얽히고 얽혀 길을 일은 선들을 보라. 피복이 벗겨져 빗물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었는데 그동안 사고가 안 일어났다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정리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내 손을 거쳐 가지런해진 선을 보니 흐뭇흐뭇하다.



한 때 유행했던 아나바다 운동을 아는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받아쓰고 다시 쓰는 개념의 개념 있는 운동이다.



아나다와 연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9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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