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바나의 가출 사건
세 번의 가출에서 얻은 교훈
울 집 반려견 이름은 바나이다. 바나나에서 나를 뺀 바나로 생각한다면 no no!
그럼 뭐야?
막내딸이 아이돌 가수 B1A4 팬덤명 바나를 본 따서 지은 이름이다. 막내가 강아지를 가지고 싶어 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대화가 단절되고 낯선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막내와 친해지기 위한 마음에서 들여왔다. 강아지가 집에 있으면 망아지처럼 나다니지 않고 집에 붙어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개뿔~ 막내는 자기가 개엄마인 것을 잊고 밤낮을 싸돌아다니고 사료 한 번 주는 일이 없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3개월 어린 생명체가 내 쉼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오줌을 지르고 똥을 싸고 두 발로 핵 핵 거리며 내 몸에 달라붙으니 죽을 맛이었다.
한 마디로 나는 준비 안 된 개엄마였다. 동물 애호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내 공간 안에서 휘젓고 다니는 이 개념 없는 개를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첨에는 철로 된 펜스를 치고 접근 금지를 선언했다. 때 되면 사료를 넣어주고 네이버에서 배변 습관 잡는 방법으로 펜스 안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패드를 넣어서 잡아줘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곤 했다
막내를 집에 붙들기 위한 작전은 물 건너갔지만 배변습관은 잡혀갔다. 배변 습관이 잡히니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었다.
말티즈 특성상 성격도 온순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아이한테 말을 걸고 쓰다듬고 심지어 내 옆에 끼고 잤다.
진짜 개엄마가 된 것이다. 퇴근해서 집에 온 날 반기는 유일한 생영체가 바나였다.
어느 날, 청소를 하려고 잠깐 문을 연 사이 아지 딸이 없어졌다. 집 밖을 나가 이름을 부르며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다. 큰 애가 유기견 센터에 아지 프로필 올려놓고 연락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집 근처 동물병원에 임시로 맡겨 놨으니 데려가라고 했다.
이렇게 첫 번째 가출은 큰 아이의 기지와 유기견 센터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두 번째 가출~
아지가 세 살 때였나? 사람으로 치면 바깥세상에 한참 호기심이 발동하는 시기였나 보다. 환기시킨다고 잠시 현관문을 연 시이에 또 집을 나갔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올려놓은 프로필 사진을 기억해 내고 유기견 센터 연락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근데 반나절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가서 찾아볼 맘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바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1층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거지꼴을 하고 나타났다. 어디서 뒹굴고 헤매고 다녔는지 시궁창 냄새가 났다.
"야, 어디서 헤매다 왔어? 집 나가면 개고생인 거 몰라?" 반가움과 원망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한 번 집 나가면 영원히 잃어버릴 확률이 거의 100퍼센트라는데, 두 번째 가출도 기적처럼 집 귀환으로 끝이 났다.
세 번째 가출~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실수를 한다. 아지는 현관문을 타고 또 집을
나갔다. 이번에도 유기견 센터에 세 번째 가출 프로필을 올리고 아지 사진을 A4용지에 다운로드하여 강아지를 찾습니다 글을 써서 주변에 벽보를 붙여놓았다.
가출한 날은 밤을 꼬박 새워 찾아보고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영영 만날 수 없겠구나 체념하고 있었는데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어떤 젊은 청년이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하고 너무 늦은 밤이라
데리고 있다가 아침에 자기네 동물병원에 데려와서 주인에게 연락해 달라고 두고 갔다는 것이다.
한 걸음에 달려갔다. 개딸 바나가 틀림없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애를 안고 데려 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시골도 아닌 대도시에서 세 번의 가출을 하고도 무사히 귀가한 애완견이 얘 말고 또 있을까? 얘는 우리 집 애완견이 아니라 세 번째 자식 같다.
세 번째 가출을 하고 집에 온 후 얘도 뭔가 깨달은 게 있어서인지 아님 나가도 개고생인걸 경험하고 포기한 건지, 아님 나가봐야 다시 잡혀(?) 들어올 걸 아는 건지
나이가 들어 나갈 힘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 안
지금은 문을 활짝 열어도 집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이제 7년째 동거하고 있으니 8세이다. 아줌마 견이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거지.
하고 생각하니 동병상련까지 느껴진다.
요즘 막내가 데려온 냥이한테 치어 기를 못
펴고 산다. 인생이 다 그런 거다. 냥이랑 잘 지낼 방법을 터득하며 살기를 바란다. 제발 행복해라. 담 세상에선 사람으로 태어나 나랑 말도 섞고 같이 놀자. 응?
바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