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에게 주는 유일한 영양분은 맹물이었다. 그것도 수돗물에서 갓 받은 싱싱한 물말이다. 3개월 전에 모종을 사서 상추랑 부추랑 방울토마토를 화분에 심었다. 영양상태가 시원치 않아서인지
잘 자라지도 않았다,식물들은 조류에 휩쓸려 해안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미역줄기마냥 비실비실했다.
마르죠는 MJ 가 식물에 뿌리라고 선물로 준 쓰레기 가루가 생각나 한 움큼쯤 집어서 뿌려 주었다.
" 이거라도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나의 양식이 되어주렴. 녹색 샐러드 좀 먹게 해 주라."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마감일이 얼마 안 남은 원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메르장이 호들갑 떨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온니야, 상추랑 토마토에 대체 뭔 짓을 했노?
갑자기 쟤들이 돌아뿐나? 상추 나무가 되어 뿌렀네. 토마토가 천 개는 달려뿌렀어.
얼능 와 보라 카이."
" 뭔 소리야? 헛소리 그만해. 글 쓰느라 바쁘니 방해하지 말고."
그러자 메르쟝은 갑자기 다시 나가서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
딱 봐도 과즙이 막 터져 나올 것 같은 탱글탱글한 빨간 방울토마토가 그것도 가지 채로 손에 들려 있었다.
" 이래도 못 믿겠나? 이게 뭐고? "
"시장 봐 온 거 아니야?"
"방금 옥상에서 딴 거라니까."
마르죠는 후다닥 옥상으로 뛰어 나갔다.
분명히 한 시간 전만 해도 시들시들하고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상추가 1미터 남짓 상추 잎을 매달고 푸르게 푸르게 서 있었다. 그 옆의 방울토마토는 지지대를 따로 받치지도 않았는데, 대나무처럼 튼튼한 가지가 나 있었다. 가지마다 탐스럽고 굵은 방울토마토들이 수뱩 개는 매달려 있었다
" 내 주문이 먹힌 거야? 대체 뭐지?"
그 순간 뭔가 뇌리를 스치며 떠올랐다.
"그럼 그 쓰레기 가루가 마법을 부린 건가?"
마르죠는 집안으로 들어가 MJ방문 쪽으로 갔다,
" MJ. Do you put any plant supplements in the trash powder?
MJ. 그 쓰레기 가루 말이야? 그 안에 식물 영양제 넣었어?"
"......."
" Aren't you in there?
MJ. 안에 없어? "
" Marjo. I'm talking with my family of Andro Marjo planet.
Marjo. 잠깐만, 나 안드로 마르죠 별 가족들하고 통신 중이야."
" Okay, sorry to interrupt.
알았어. 방해해서 미안해."
' 뭐야? 내가 지금 미안하다고 한 거야? 싱싱한 상추랑 토마토를 공짜로 얻게 되어서?'
마르죠는 하루 만에 자세를 낮춘 본인이 너무 신기해서 미소를 지었다.
메르장은 어느새 상추랑 토마토를 한 바구니 따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씻고 있었다.
" 와따, 이 때깔 좀 보소. 요로코롬 실하고 맛나게 보이는 건 첨 본다 아이가.
내가 MJ 딱 보고 행운이 느껴졌다 고마. "
메르장는 씻은 토마토 방울을 마르죠 입속에 쏙 넣어주었다.
입 안 가득 상큼한 과즙이 꽉 들어차 마치 밥 먹고 난 후 박하사탕 넣었을 때의 신선함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맛이 가득 느껴졌다.
" 와 이거 정말 맛있다. 넘 맛있어서 막 날아갈 것 같아 "
기분 탓인가? 행복 호르몬이 마르죠의 온몸을 감싸 구름에 둥 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Is it that good? You like it. I feel good too.
그렇게 맛있어? 네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 좋네?"
어느새 MJ가 마르죠 등 뒤에 서 있었다.
"It's not trash power. but magic power.
그게 쓰레기 가루가 아니라 마법의 가루인가 봐"
" oh, I put my saliva in it. and it must have worked.
아, 그거 내 침 좀 넣었는데 효과가 있었나 보네."
뭐 침이라고? 아, 드러워. 침 들어간 식물을 맛있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단 말이야?
"Well. What's this atmosphere? My saliva is used as a cure and a nutrient.
A drop of my saliva contains more than a thousand times the nutritional supplements you take.
음, 이 분위기 뭐지? 우리 침은 이래 봬도 치료제랑 영양제로 쓰인다고.
내 침 한 방울이 네가 먹는 영양제보다 천배 이상의 좋은 성분이 들어 있을걸?"
'근데, 이 말이 전혀 뻥처럼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뭐지?'
메르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싱싱한 상추와 토마토를 툭 툭 썰어
올리브유와 간장소스를 부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포크로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입에서 향 좋은 고급 버터 맛과 뭔지 모를 행복의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