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걸 좋아한다.
컨디션 좋거나 우울하면 집에서 울 학원까지
5.4킬로를 걷기도 한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어떨 땐 한 두 버스정류장을 지나 버스 타고
두 정류장 남기고 또 걸어간다.
그 날도 버스를 탔다. 멍 때리고 가다가 요즘 시작한 브런치로 들어가서 이 글 저글 읽고 댓글을 달았다. 어떻게 같은 한글 언어로 이런 기발한 문장이 나올까 감탄하먼서 맘 속으로 맘에 드는 문장을 따라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이상한 촉을 느껴 문득 창밖을 봤다.
헉 여기가 어디야? 순간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는 걸 알았다.
기사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기사님, ~단지 지났어요?"
마스크 속의 아저씨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쪽 갈려면 어느 쪽으로 가요?"
기사님은 대답이 귀찮은지 고개로 오른쪽을 가리킨다.
일단 내렸다. 주변이 다 아파트라 동서남북이 구분이 안 갔다. 네이버 지도를 켰다. 목적지까지 도보 19분 걸린단다. 시간이 좀 아슬아슬한데? 택시를 타야겠다 생각하고 가는데 어느 쪽에서 타야 될지 몰라 그냥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늘 때라 택시가 하나도 안 보인다. 아, 카카오 택시 앱 지우지 말걸. 이럴 때 요긴하게 쓸 걸 지울게 뭐람? 택시가 안 잡혀 일단 걷기로 했다.
난 공간 감각 제로 인간임이 틀림없어. 네이버 지도를 봐도 어디로 가야 할지 눈에 안 들어온다. 길치에다 지도 길치까지 이럴 땐 텔리 포터 초능력이 생겨 순간 이동하면 1초면 갈 텐데, 별 생각이 다 드네. 닥치고 걷기나 해. 근데 나 제대로 가는 건가?
아주머니 서나 분이 모여 계시길래 목적지 방향을 여쭤 봤더니 침 튀기며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제대로 걷는 건 맞는데, 제시간에 도착하긴 글렀다. 오늘 따라 노트북 들어있는 백팩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일단 교습소 앞 미용실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전데요, 제가 버스 잘못 내려서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
그리고 젤 먼저 오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욱아, 어디야?"
"저 집인데요. 왜요?"
"어 그냥, 심심해서 해 봤어. 이따 봐. 조심해서 와."
들었는가? 난 마치 교습소에 있는 것처럼 조심해서 오라고 했다. 이건 백색 거짓말이야. 괜찮아 스스로 합리 화하 하고 있는 자신이 웃겨서 혼자 웃었다.
해가 나왔다가 비가 내리다가를 반복하는 날씨마저 나를 안 도와주네. 우산 펼 시간도 없이 뛰다가 걷다가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두 명이 각자 시스템화 되어 있는 앱으로 단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모른 척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흠뻑 젖은 땀을 닦고 슬그머니 문을 열어 환 기기시키고
시치미 뚝 떼고 그 때야 말을 걸었다.
" 단어 잘하고 있지?"
"네. "무심하게 대답한다.
울 교습소는 들어오는 대로 각자 수업하는 일대일 시스템 수업방식으로 운영한다.
애들은 내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 걸로 알고 있겠지? 단어 공부하고 있는 걸 보면 애들 들어온 지 5분도 채 안 되었다는 말이다.
휴 다행이다.
애들보다 늦은 지각 선생님이 되고 말았지만
들키지는 않았다.
쉿 ~~ 비밀입니다.
어쩌다 한 번 늦은 거예요.
이것도 비밀입니다.
그래도 브런치 글 쓰는거 너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