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로 인해 무기력증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허리 디스크 때문인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한들 재미는 잠시 스쳐 지나갈 뿐 나를 계속 유혹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3개월 전 날씨가 좋아서 산책을 갔다가 무심코 들른 구민회관에서 에세이 강좌를 보고는 등록을 하고 말았다.
"음 , 날씨도 좋은데 한번 해볼까"
첫 수업은 설레었고 두 번째 수업은 풀이 죽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한수강생이 브런치작가에 합격해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왔다며 자기소개를 했다.
"브런치?"
처음 듣는 말에
"뭐지? 내가 아는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오전식사인 그건가? 설마..."
아니었다. 카카오의 블로그 서비스였다. 작가신청을 한 후 선별 승인을 통과해야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왠지 그 수강생의 글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뭔지 모르는 질투심까지 생겼다. 수업 전 강사님과 그녀가 브런치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을 옆에서 보며 대화에 낄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며 기가 죽었다.
풀이 죽고 다운되어 있는 내게 퇴근해서 집에 온 딸이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보았다. 이야기를 다 듣고는 평소 쿨하디 쿨한 딸은 곧바로 내 노트북에 브런치를 깔아주고 가입까지 해주며
" 이그, 엄마 기가 왜 죽어 , 엄마도 여기에 글 올리면 되지 , 작가 될 때까지 도전해 봐 , 엄마도 할 수 있어." 딸의 그 말은 정말 힘이 나는 든든한 응원이었다.
그동안 매주 글을 한편씩 완성했고 매일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쓸려고 노력했다. 며칠 전 ㅇㅇㅇㅇ학습관에서 무료 강좌가 있어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수업을 다 듣고 나오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수강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구민회관 에세이 수업 들으시죠? 조작가님이시죠?" 놀라서
" 맞아요 , 어떻게 아세요?"
그녀는 이번 학기에 새로 등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글쓰기를 기초부터 배우고 싶어서 신청했지만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 발표한 내 글이 너무 좋았다고 하며
"저 사람은 글을 얼마나 오랫동안 쓴 걸까? 잘 쓴다"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으면서 "조작가님"이라고 불러 주는 것에 순간 내가 진짜 작가가 된듯한 기분에 흥분이 되었다.
그녀의 응원과 칭찬 덕분에 용기를 내서 그날저녁 집에 돌아와 3개월 전 딸이 깔아준 브런치에 들어가 작가 신청을 했다.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지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동안의 내 노력에 평가라도 받고 싶었던 것일까 , 밤잠도 설치며 결과를 기다렸다. 다음날 오전 내내 핸드폰에 알림 소리만 기다리던 중 드디어 브런치작가 합격 메일이 도착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 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한 번에 붙다니, 와 , 나 대단한데"
전업 주부로만 살다가 뒤늦게 시작한 나를 칭찬하며 자존감이 가득 차올랐다. 브런치를 알게 해 준 그녀로 인해 내 속에 있던 승부욕과 열정을 깨웠고 조작가라고 불러준 그녀로 인해 나의 인정욕구도 깨어났다. 그래서 브런치작가에 도전하게 되었고 그것을 이루었다. 참으로 고마운 그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