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조각1
오월의 햇살이 따뜻하고 푸릇푸릇한 새싹이 기지개를 피기 시작하는 오월의 봄이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과 결혼식을 했다. 누구나 자기만이 갖고 있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난 나비와 꽃들이 날아다니는 따뜻한 동화 속 같은 야외 결혼식을 꿈꿨기에 남편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며 그런 곳을 알아봤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내가 상상하던 것과 비슷한 결혼식장을 찾았다. 성미산 자락에 정원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는 가든이었다.
주변에는 복숭아 밭과 주택들 그리고 작은 유치원과 교회도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꿈꾸던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날은 꼭 누군가 주문이라도 걸어 놓은 듯 아침부터 날씨가 무척 따뜻하고 맑은 것이 구름 한 점이 없이 맑았다.
결혼식장 주변에는 복숭아꽃들과 벚꽃 나무들이 만개하여 화려하고 이뻤으며 푸른 잔디밭은 이쁜 꽃들로 알록달록 꾸며져 있었고 청명한 하늘 위에는 무지개색 풍선들이 매달려 춤을 추고 있었다.
싱그러운 바람이 살짝살짝 불 때면 마치 꽃비가 오는 것처럼 황홀하게 벚꽃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자 잔치라도 하는 듯이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목사님까지 벚꽃나무 아래에 앉아 구경을 했다.
벚꽃 나무밑 의자에 앉아 친구들, 지인들과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으면 어느새 무지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꼬맹이 조카들이 푸른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화려하게 꾸며진 내 모습이 어색했는지 가까이 오지 못하고 내 주변을 맴돌며 수줍게 웃기만 했다.
정말이지 내가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었다.
다음날 나는 전날과 다르게 검은 상복을 입고 엄마가 누워 있는 관을 부둥켜안고 울부짖고 있었다. 날씨까지도 어제와 다르게 어두운 구름에 가려 햇빛조차 없는 것이 마치 지금 이 상황들을 말해주는 듯했다.
묘지 주변은 모두 산이였고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나무도 꽃들도 생기가 없었다.
축하해 주던 어제의 하객들은 오늘의 문상객들이 되어 슬픔을 함께 나누어 주었고 내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현실 감 없이 흑백사진 속의 한 장면들처럼 흐릿하게만 보였다.
난 멍하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이 상황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장례를 치른 뒤 엄마를 먼저 가신 아빠옆에 모셔두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한 죄책감과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런 선택을 한 집안 어른들과 언니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어쩌면 난 무언가 핑계를 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에는 평일에 결혼식을 하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금요일에 결혼식을 했다.
어머님이 아시는 스님에게 좋은 날짜를 물어보니
" 이 사람들은 이날 결혼식을 꼭 해야 한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만약 이 두 일이 같은 날에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미안함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엄마가 이 좋은 계절에 막내딸의 결혼식에 잠시 머물다 가셨음을 안다.
꽃비가 되어 맑은 하늘에서 무지개 풍선을 춤추게도 하고 혹은 동네 꼬마들과 박수도 쳐주시면서 그렇게 내 곁에 잠시 머물며 꿈같은 결혼식 풍경을 선물해 주고 떠나 가신건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
내가 늘 꿈꾸어온 결혼식을 현실에서도 그처럼 멋지게 이룰 수 있었던 그 모든 풍경은 바로 엄마가 떠나며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