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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Nov 08. 2021

아이들 '아이폰 타령'에 중고앱 기웃대는 엄마들

사람들의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모두 다르다. 유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아, 사람 보는 눈 똑같구나' 싶다. 그러다가 그 안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역시 보는 눈은 다 달라' 같은, 앞뒤 다른 말이 툭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데 참 희한한 건 아이들 세계에서 취향이란 유행과 호불호의 문제라기보다 군대의 열차렷 같은 각진 무드가 있는 것 같다. N사의 패딩, B사의 신발, 검은색 롱 패딩, 투블럭 헤어, 에어 팟 등...


이것은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집단의식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때론 가격 때문에, 너무 흔한 디자인이라서, 내 아이를 개성 상실 부류에 섞이게 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그것 말고 다른 것을 권하는 부모에게 아이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을 한다.

"그거 아니면 아무 의미 없어."


그래, 아이들에게 그것은 단순히 갖고 싶은 아이템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그것은 꼭 그것어야만 하는 특별한 '의미템'이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의미템'은 아이들의 워너비 바로 '아이폰'이다.

아이들은 아이폰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구애도 아주 적극적이고 노골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랑을 이뤄줘야 하는 것이 바로 부모라는 점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그 사랑을 허락하고 싶지만... 백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을 보면 또 그게 쉽지만은 않다.


픽사베이

고학년을 키우는 한 친구는 자신의 아이가 어디서 아이폰 얘기를 듣고 와서는 그날부터 "아이폰, 아이폰 노래를 부른다"며 골머리를 싸맸다. 그도 그럴 것이 새 핸드폰으로 바꿔준 지 얼마 안 돼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약정이 끝나면 해주겠다. 중학교 가면 해주겠다. 다 똑같은 핸드폰이다. 기능은 이게 더 좋다."... 제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아이는 요지부동. 친구는 현재 중고앱에서 구형 아이폰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10살인 내 딸은 수년 전 내가 쓰던 아이폰 공기계를 개통해서 쭉 사용해오고 있다. 어느 날 반 친구들이 딸의 핸드폰을 보고 주변을 에워싸더니 "우와, 너 아이폰 쓰는구나?" "예쁘다." "부럽다"를 연발하는 통에 영문 모르는 아이가 이 핸드폰이 그렇게 좋은 거였냐며 구구단을 깨친 것보다 더 벅찬 깨달음의 눈빛으로 나에게 감사 인사를 했던 적도 있다.


아이폰, 물론 좋다. 그런데 휴대전화의 양대산맥인 삼성의 갤럭시도 그 못지않게 비싸고 좋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갤럭시를 '아재폰'이라 부르고 아이폰만이 정답인 것처럼 구는 걸까? 대체 아이폰이 이들에겐 어떤 의미이길래 이 난리인 걸까?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루트로 정보를 찾고 아이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전부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삼성 관계자와 아이폰 상사병에 걸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우선 아이들이 아이폰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예뻐서다. 이건 뭐 하나마나 한 얘기라고 원성이 자자할 게 예상되지만 사실이 그렇다.


"아이폰은 왠지 고급스럽잖아요." - ㅅ초 6학년 김아무개양

"접고 펼치고 그런 건 예쁜 케이스 사기가 힘들어요." - ㅁ초 5학년 하아무개양

"사과 모양이 멋져요." - ㄱ중1 신아무개군  


"예쁘면 다냐?"라고 물었더니 "예쁘면 다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격이다. 아이들은 아이폰을 감성폰, 갤럭시는 이성폰이라고 부른다. 아이폰은 이 감각적인 디자인이 부각된다면 갤럭시는 한국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설계된 부분이 두드러진다. 사춘기 아이들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법. 아이들이 아이폰을 찾을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공유하고 싶은 아이들 심리 때문이다. 아이폰에는 에어드롭이라는 호환성 기능이 있다. 같은 아이폰 기기끼리 서로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이폰의 대표 기능이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 사진을 찍은 뒤 에어드롭을 켜면 3초 컷으로 상대에게 전송할 수 있다.


"얘들아 사진 보낼게, 에어드롭 켜"라고 할 때 "난 아이폰 아닌데... 톡으로 보내줘"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남들에겐 다 있지만 내겐 없는 것이 이상하고 쭈뼛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나 역시도 학교를 졸업한 훨씬 더 이후였다. 그러니 아이들의 '나만 없어... 아이폰' 같은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로는 바로 사진이 잘 나온다는 점이다.


"전 사진이 제일 중요해요." - ㅅ초등학교 5학년 이아무개양

"단체사진 찍을 때 아이폰 아닌 다른 기종으로 찍을려고 하면 애들이 기겁해요." - ㄱ 중1 문아무개양


특히 셀카가 잘 나온다는 것도 한몫했다. 셀카가 두려운 나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얘기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셀카에 진심이다. 10살 딸아이의 사진첩에도 셀카로 저장용량이 꽉 찼을 정도니 뭐. 셀카에 진심인 10대 아이들 마음을 알아주는 휴대폰이 바로 아이폰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총애를 받을 수밖에.  


하나 덧붙이자면 휴대전화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적은 것도 이유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휴대전화로는 애플, 삼성, LG 셋뿐이었는데, 이마저도 LG는 핸드폰 사업을 접었으니... 군중심리가 강한 아이들 세계에서 친구들이 많이 쓰는 기종을 선택하고 싶은 것도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픽사베이

아이들의 아이폰 사랑,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딱히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해 못할 행동과 고집에도 크든 작든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아이가 아이폰을 사달라고 조른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공부하는 학생이 아이폰이 뭐가 필요 있어!" "아무 거나 쓰면 되지 쪼끄만 게 뭘 안다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주고 말고는 나중 문제고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것을 왜 원하는지 마음을 알아주고, 갖고 싶은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 아닐까?


내가 어릴 때 꿈꿔온 어른상은 '아이의 생각을 친절하게 물어보는 어른', '화내지 않는 어른',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는 어른', '대화가 잘 통하는 어른' 같은 것들이었다. 과연 그런 어른이 됐는지 돌이켜 보면... 글쎄. 아직 미지수다. 실은 찔리는 게 너무 많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어른의 시간도 있으니 판단은 좀 더 유예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더욱더 그렇다. 내가 아이를 공부하는 만큼 아이의 세계가 보인다. '대체 왜 그럴까?' 궁금해 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그저 불통의 아이콘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어른들이 있다면 아이를 이해하려 이 문장까지 달려왔을 것이다. 그 마음만으로도 제법 당신은 괜찮은 어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디, 아이와 아이폰의 상관관계보다 나와 내 아이의 상관관계를 관철하는 시간이 됐길. 아이폰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채고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터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사춘기 아이들인 만큼 어쩌면 물성에 대한 집착보다 이런 부모와의 대화가 실은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 생각이야말로 너무 감성적인 것일까? 그 답은 직접 실행해 본 뒤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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