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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Jan 21. 2022

"학원비 너마저" 엄마는 결국 알바 앱을 깔았다.

딸아이가 편의점 가는 재미에 빠졌다. 예전엔 내가 꼭 같이 가줘야 했는데 이젠 좀 컸다고 친구들과 둘이 가기도 하고, 혼자서 필요한 물건을 사 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음료를 사 먹고 싶다며 용돈을 달라고 했다. 친구에게 얻어먹은 적이 있으니 이번엔 자기가 사고 싶다면서. 아이에게 음료도 사고 남은 돈으로 과자도 사 먹으라며 오천 원을 쥐어주었다. 거스름돈 잘 챙겨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딸아이가 "남은 돈 여기!" 하며 400원을 내밀었다. 맛있게 먹었냐 물었더니 아이 표정이 떨떠름했다.                                                     

ⓒ 오마이뉴스


"친구 거랑 내 거 한 개씩 사니까 돈이 모자라서 딴 거는 못 샀어."

"아니, 무슨 음료를 샀길래?"

"OOO."


나도 어릴 때 자주 마셨던 브랜드의 음료였다. 그렇게 비싼 음료는 아니었던 것 같아 아이에게 재차 확인했다.  

"확실해? 음료수 두 개가 4600원이라고? 1.5L짜리 두 개 샀어?"

"아니... 요만한 거 있잖아. 내 필통 크기 만한 거."

"에이~ 뭘 잘 못 안 거겠지... 무슨 음료 하나 값이 2300원이야~ 편의점 언니가 잘못 계산한 거 같은데... 주머니 한번 잘 봐봐. 남은 지폐가 없는지."

"엄마! 내 말이 맞다니까."


음료 500ml 한 개 값이 23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마침 나갈 일도 있고 해서 직접 편의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계산 착오가 있거나, 아이가 계산을 할 때 지폐를 흘린 것일 수도 있을테니까... 그런 확신을 갖고 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오 마이 갓! 아이 말이 맞았다. 해당 음료의 가격란엔 2300원이라는 숫자가 너무나 당연하게 쓰여 있었다. 아무리 편의점에서 물건 살 일이 별로 없어서라지만 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나는 결국 아이에게 멋쩍은 사과를 했다.


이 일뿐만이 아니다. 요즘 물가 올랐다는 말을 이토록 피부에 찐하게 와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경우, 장바구니 물가에 기함할 때가 여러 번이다. 돌아서면 밥을 해야 하는 '돌밥'에 이어 돌아서면 간식을 찾는 '돌간'의 방학기간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했던 시절은 지났다. 2022년도엔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면 무섭다고 정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 찾는 간식을 예를 들어보면 딸기 750g 1만4800원, 우유 1L 3240원, 과자 한 봉지 2500원, 라면 5개입 3680원 등등등...


여기에 유기농이니, 프리미엄이니 하는 글자가 하나라도 붙으면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엄마, 뭐 먹을 거 없어?"라고 말할 때마다 예전과 달리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 오마이뉴스


어디 장바구니 물가뿐인가? 얼마 전엔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도 최대 400원 인상되어서 단골인 나를 시름에 빠지게 했다. 거기에 아이들과 종종 가는 햄버거 집 가격도 오른다고 해서 나는 다시 두 배로 절망했다. 외식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 4만~5만원 가까이, 기념일 같은 날 좀 괜찮은 걸 먹는다 하면 10만 원 넘는 건 우습다.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도 마찬가지. 외식 하자는 아이들을 겨우 꼬드겨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원래 한 마리 양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을 정도로 양이 적다. 결국 두 마리를 시켜 먹는다. 요즘엔 거기에 배달료까지 붙으니 치킨을 시켜먹는 일도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이 모든 게 나의 기분 탓인 걸까?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한다(출처, 통계청). 더 무서운 건 올해부터 전기, 가스, 상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도 모두 올라갈 거라는 소식이다.


더 놀라운 건(이제부터 비명부터 지를 준비를 하시라), 아니 이 모든 걸 통틀어 가장 무서운 건 월급은 전년과 동결이라는 것! 꺄악! 어떤 공포 영화보다 소름 돋는 시나리오. 현실판 물가 공포 호러극이 따로 없다.


이런 말이 우스개처럼 떠돌고 있다고 한다. '안 오르는 것 없이 다 올랐다. 월급과 내 아이 성적만 빼고.' 너무 와닿아서 헛웃음이 났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파산하겠다 싶어 방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둘 중 하나! 소비를 줄이든지 돈을 더 벌든지... 성장기 아이들에게 먹는 것을 금할 수 없으니 결론은 내가 더 애쓰는 수밖에. 나는 슬그머니 알바 앱을 깔았다. 애들 간식비라도 벌 수 있는 재택 일이 없을까?


ⓒ 조영지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여건에 부합하는 알바 자리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띠링' 하고 울린 문자 한 통. 이 시간에 누군가 싶어 확인해보니 아이의 영어학원에서 보낸 문자였다.


"물가상승의 이유로 내년도 초등부 원비가 상향 조정됩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인상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결론은 원비가 3만 원 인상된다는 소식. 하아... 소름 오브 더 소름. 메가급 물가 공포에 질린 나는 그날 밤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물가야, 혹시 반전은 없는 거니? 공포 영화엔 늘 반전이 있던데... 고공행진 할 줄 알았던 물가가 급안정이 된다는 식의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 거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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