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처럼! '기획력'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by 조G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밥을 먹는데 자꾸 쩝쩝댑니다. 제 귀 가까이에 대고 크게 소리 내서 음식을 씹어대더라고요.


"냠냠냠, 후르릅, 츕츕"


"밥 먹을 때 그렇게 소리 내면 안 돼."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이거 ASMR이야"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소리 내 먹으면 상스럽다고 불호령이 떨어지던 시대와 많이 달라진 시대를 산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요?


아이에게 식사할 땐 ASMR을 해선 안된다고 주의를 주긴 했는데 참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요즘 시대는 말이죠. 일부러 음식 먹는 소리를 찾아서 듣는 사람들이 넘쳐 납니다. 그뿐인가요? 물컹물컹한 액체를 주물럭주물럭하는 영상의 조회 수가 수백만입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주무르기만 하는데 사람들이 열광해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찍어서 올리는데 수백만 원의 광고 수익을 냅니다.


이런 영상들이 인기를 얻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우리 땐 어른들한테 혼꾸녕이나 안 나면 다행이었겠죠. 터치 한 번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을 우리는 현재 키우고 있습니다.


정말 희한한 세상이죠? 이런 시대가 저도 아직 낯섭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숨만 쉬어도 콘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전 단연코 '기획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이라고 해서 어렵고 딱딱한 업무 용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늘, 뭐 먹지?', '아이들과 뭘 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기획입니다.


저희 집은 코로나 19가 극성일 때 휴가 계획이 급취소되면서아이들과 함께 홈캉스를 기획했어요. 아이들에게 기획을 해 보라고 시켰더니 제목은 '집이라도 괜찮아', 내용은 '고기를 사 와서 맛있게 먹고 온 가족이 모여 보드게임을 한 후 즐겁게 미디어 시청을 한다(늘, 공부는 빠져있네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이것도 나름 좋았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기획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뭘 하면 재밌을까?', '내가 뭘 가장 좋아하는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재밌어하는지 모르더라고요. 그걸 알려면 꾸준히 해봐야 합니다. 부모가 정해준 틀 안에서 아이가 노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아이디어를 짜고 실행해가며 노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획의 시작점입니다.


ASMR을 하는 아이를 혼내기보다 ASMR에 적합한 마이크를 사주는 것.


슬라임을 만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세팅해 주고 찍어보라고 하는 것.


심심하다고 하는 아이에게 자신이 할 놀이를 스스로 계획하고 시도해보라고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기획의 기초작업입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넌 요즘 뭐가 재밌어?"


"그게 왜 재밌어? "


"어떤 부분이 재밌어?"


"만약 너라면 어떤 놀이를 기획하고 싶어?“


슬라임, ASMR에 이은 상상치도 못한 아이들의 기획력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아이의 기획력,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뭘 하면 가장 재밌을까?'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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