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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Oct 24. 2023

"빵빵아, 옥지얌" 열풍...알고는 웃지 못할 겁니다


                                                 ▲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 한 장면 ⓒ 더그림엔터테인먼트


                                                 ▲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 한 장면 ⓒ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초, 중학생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아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들을 다채롭게 알게 된다. 최근에는 '빵빵이와 옥지'라는 이름이 자주 들려왔다. '흔한 남매'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치하고 코믹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대형 쇼핑몰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캐릭터 이름이 바로 '빵빵이와 옥지'였던 게 떠올랐다. 아이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트렌드에 탑승하기 위해 나도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의 177만 구독자 중 한 명이 되었다.


<빵빵이의 일상>은 제목 그대로 빵빵이라는 캐릭터의 일상 이야기를 그린 유튜브 애니메이션이다.  빵빵이의 여자친구 옥지와의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다. 그림체부터 내용까지 요즘 세대들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은 'B급' 유머가 인기요인인 것 같았다.  주로 맹한 빵빵이가 다혈질 옥지에게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빵빵이와 옥지. 나는 유추해 보았다. 차를 좋아해서 빵빵이인가? 옥지는 촌스러움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이름을 지은 걸까? 요즘 유행하는 <나는 솔로>의 작명 스타일처럼? 혼자서 나름의 해석을 해 보았다.


나는 너무 순진했다. 빵빵이는 남성의 성기가 '빵빵'하다는 의미였고, 옥지는 '기모찌'(기분 좋다는 뜻의 일본어. 일본 AV에 많이 등장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를 한국식 발음으로 표현한 이름이었다. 내용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빵빵이와 옥지의 대화 전반에 욕설과 '19금' 드립, 혐오 발언이 짙게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귀접에 빠진 남자'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보자. 귀접이란 귀신에게 홀려 귀신과 성관계를 한다는 뜻인데, 그런 상황에 옥지가 퇴마를 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들의 유행어는 "모텔 고".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자는 대사가 자주 나오고, 극 중 친구의 이름은 "김노엠(엄마가 없다는 뜻)"이다. 매 회 욕설과 폭력으로 유머를 극대화한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분노조절 장애의 양상을 보인다. B급의 묘미답게 어이없이 웃긴다. 


요즘 콘텐츠의 수위를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채널의 구독자 상당수가 초등학생, 중학생 10대들이라는 점이다. "빵빵아, 옥지야"를 외치는 어린 10대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할 콘텐츠라 하기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욕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빵빵이가 강아지 장난감을 성적으로 대상화 해서 대하는 행동이나 헌팅, 폭력, '19금' 드립을 미성숙한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가 진짜 어른이라면 이 같은 염려를 한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 유튜브 <빵빵이의 일상> 한 장면 ⓒ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추후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고 보냐고 했더니 키득키득 웃던 아이들이 넌지시 그 심각성을 나에게 먼저 고했다.


"그거 욕 되게 많이 나와요."

"내용이 좀 센 데 어린애들도 많이 보던데요?" (초등학생 고학년이 저학년을 걱정하며 한 말이었다.)


"이건 성인용 코미디인 만큼 너희가 보기엔 이르다"라고 걱정하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거 못 막아요. 한 번 보면 계속 떠요."


아이들은 원래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재미를 찾는다. 그걸 나무라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제작진들도 주 시청층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채널에 연령제한 표시도 없을뿐더러 위험을 알리는 안내 문구 하나 없다. 재미를 위한답시고 자극적인 내용만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의 책임의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사회적 분위기 역시 인기 콘텐츠들의 화제성에만 편승해 상업적 요인으로만 활용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은 뒷전이고 싫으면 알아서 피해라 식의 무책임이 만성화되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창작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기 전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한번쯤 생각해 주길 바란다. 옛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유해하다 싶으면 이렇게 말이라도 했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오마이 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편집: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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