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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과 카드 분실 사건

교토와 오사카를 친구 둘과 다녀왔습니다.

by 조윤히히히

조식과 카드 분실 사건


2024년 2월 친구 셋이 여행 중이다. 교토다.

셋은 조식을 먹으러 간다. 친구 하나가 고른 식당으로 간다.

글을 쓰는 나는 빵파(조식으로 빵을 즐기는 타입)이지만 얌전히 따른다. 셋이 도착한 곳은 마치 반찬 컨베이너 벨트 같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있는 반찬과 국, 밥을 고르면 고르는 만큼 값을 내는 그런 식당.

와보고 알았다. 내가 처음 교토에 왔을 때 (2014년의 1월이다.) 들렀던 식당의 체인점이라는 것을. 반갑다! 무가 그려진 간판이 기억나는 곳이다.


저 무다!
2014년 먹은 밥

아침에 밥을 잘 안 먹는 나는 무가 들어간 닭고기 조림 같은 것과 밥을 먹기로 한다. 나머지 두 친구들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스타일이라(여행을 통해 알았다. 정말 잘 먹는 친구들이라는 걸.) 크로켓, 채소절임, 고기 등등 가리지 않고 보기 좋게 쟁반에 담았다. 우리는 맛있다, 맛있다, 이거도 좀 먹어봐. 하면서 아침을 먹는다. 적게 먹은 사람이나 많이 먹은 사람이나 모두 만족스럽게 배를 채운 친구 셋은 교토의 부엌이라는 니시키 시장으로 간다.

니시키, 니시키, 니시키도료(일본의 아이돌이었던 배우)랑은 아무 관련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시장 안의 젓가락 가게에서 엄마에게 줄 마법 지팡이처럼 생긴 지팡이, 아니 젓가락을 계산하는데 한 친구가 우리의 여행경비를 넣어둔 카드가 없어졌다며 가방을 뒤지고 있다.

우리 셋은 이때부터 머릿속이 어질러진다. 시장 바닥에 주저앉아 가방 속을 뒤집어엎어봐도 없다. 도대체 어디에 둔 걸까.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 우리는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고 빠르게 발만 움직인다. 숙소로 뛰어들어가 가방과 짐을 모조리 뒤졌지만 없다. 어젯밤에 들른 편의점에 떨어트린 게 아닐까 싶어 전화를 건다. 와스레모노(분실물) 안에 한국인의 카드 같은 건 없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우리는 알바생의 바짓자락이라도 붙잡아보는 마음으로 그 편의점을 간다. 편의점 직원은 한국인 관광객(우리들)에게 분실물을 모아둔 박스를 가져다 보여 준다.

편의점 앞, 교토의 따스한 햇살 아래 친구 셋의 입은 무겁다. 우리는 분실신고를 하기로 하고 어찌 됐든 되겠지, 하면서 애써 큰 목소리로 긍정의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목적지를 잃은 듯한 친구들은 니시키시장 쪽으로 돌아간다. 날씨는 참 좋다. 길을 걷는데 무가 그려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조식을 먹은 그 식당. 아, 혹시?

무가 반겨주는 안으로 들어간다. 반찬 컨베이너 벨트의 끄트머리, 계산대 아래에 우리의 희망이 고이 자리하고 있다. 있다! 내 친구의 이름이 적힌 우리의 여행 경비 카드다! 식당 직원들은 바닥에서 주운 작은 뭔가를 들고 소란스럽게 좋아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보며 어리둥절이다. 스미마센.

2024년, 사진을 비교해보니 10년 전과 똑같은 곳인가? 싶다.


카드를 찾은 친구 셋은 가볍다. 따듯한 햇볕 아래 빨래집게에 걸려 폴록폴록 날리는 빨래만큼.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 우리는 다시 교토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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