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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타임과 인생의 진리

교토와 오사카를 친구 둘과 다녀왔습니다.

by 조윤히히히

커피타임과 인생의 진리


교토 니시키 시장 가까운 곳에 블루보틀 커피집이 있다. 일층에서 주문을 하고 위로 올라간다. 오래되고 아담한 건물 속 삐걱삐걱 소리 나는 나무바닥. 굵은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는 낮은 나무 천장. 시장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테두리 창문. 우리 엄마랑 왔으면 마이너스 천 점 가까운 곳이다.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 많은 장소다. 낮은 천장, 나무인테리어, 좁음.) 다행히 친구 둘과 여행 중이라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느낌 가득한 곳이라 기분 좋다.


핸섬한 느낌의 바리스타님


한사무(handsome)한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가 테이블에 놓인다. 따뜻한 라테, 아이스 한 라테, 그리고 달고 진한 내 뉴올리언스 라테. 조그맣게 열린 창문 밖에 교토 사람들이 지나친다. 자동차도 지나간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참새도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이 뉴올리언스


창가 쪽 테이블에 서양 여성이 앉아있다. 나와 친구들의 얼굴이 놓인 방향의 끝에 서양인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눈이 마주친다. 양쪽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데 서양인이 입을 연다. 갑자기 우리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에? 왜지. 궁금해하니까 자신의 직업이 포토그래퍼라고 한다. 낯선 사람과는 정말 낯설어지는 나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니까 그냥 예스한다. 원투트리 찰칵! 자신을 포토그래퍼라 소개한 외국인은 사진을 찍는 거보다는 찍히는 쪽에 가까운 몸짓과 표정이다.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또 몇 마디 건네는 여자에게 친구 둘이 호응한다.


서 있는 사람은 나, 우리 사진을 찍어준 포니테일의 자칭 포토그래퍼


나는 스리슬쩍 대화에서 빠져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 대화가 끝날 때까지는 두리번거릴 참이다. 나는 여럿이 함께일 때도 곧잘 혼자만의 세상에 빠지곤 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 어정쩡한 상황에 놓인다. 이도저도 아닌 묘한 얼굴을 하며 눈의 초점을 잃고 얼른 이 낯선 이와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린다. 파란 병이 새겨진 벽 옆 커피바의 잘생긴(확실히 잘생겼다기보다는 그런 느낌을 풍기는) 바리스타는 입을 닫고 묵직하게 커피를 만들고 있다. 어느새 외국 포토그래퍼와 친구들의 대화는 끝나있다.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말은 진리리다. 이 여행도 언젠가는 끝난다, 하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한다. 나만의 세상에서 나와 친구들과의 교토로 돌아온다.


우리 이제 뭐 하지?


하나 둘 셋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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