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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섯 권이나 샀다면 그건 책 플랙스

교토와 오사카를 친구 둘과 다녀왔습니다.

by 조윤히히히

오사카다.


혼자 길거리로 나온 나. 가보고 싶어서 구글맵에 콕 찍어둔 코너북숍을 찾아가는 중이다.


서점에서 커피도 팔아서 밖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진을 봤다. 나도 마셔봐야지.


날씨가 영 흐리멍덩이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쌀쌀. 로드맵을 따라 걷는다. 이쯤 걸으면 왼쪽으로 마리메꼬 매장이 있다고, 오 있다.


점점 코너숍과 가까워지는 구글맵의 움직이는 점(나). 오사카 회사원들이 골목마다 있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서있다.


서울의 회사원인 나는 자유인의 몸으로 오사카를 걷는다. 코너를 돌기 직전 왼편으로 코너북숍이 보인다. 정확한 이름은 콜롬보 코너숍.


바로 저 마리메꼬.



그런데 껌껌하다. 문도 다 닫혀있다. 사진에서 커피를 올려두던 철제 테이블과 의자도 보이지 않는다. 마냥 휑하다.


창문 안을 들여다보는 나. 잠자고 있는 책들과 사물들. 좋아 보인다.


구글맵을 좀 더 들여다보니 아, 클로즈드 투데이. 수요일마다 쉬는데 하필 수요일이다.


창문에 내가 비친다. 아쉬운 듯 입이 쭉 나온다.



입 나온 나
이곳이다 콜롬보 코너숍.



다른 서점을 가보기로 한다. 음 가까운 곳에 츠타야 서점이 있다. 고 한다. 구글맵을 따라 또 간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은 서점의 겉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복합적 매장이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기억이 난다. 본격적인 서점입니다. 하는 분위기의 츠타야 서점에 도착한다. 서점에 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서점에 도착하고 나니 길을 잃었다. 뭘 보러 온 걸까 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가를 걷다 그림책 코너에서 한참 머문다. 내가 아는 그림책 작가들의 책이 보인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더니만 보이는 게 별로 없다. 초신타, 고미타로, 다시마 세이조, 키쿠치 치키, 미로코 마치코. 이렇게 보인다. 이 정도라도 보이는 게 어디야 한다. 어느새 조금 만족.



여기서 뭘 사가야 대단히 만족할까. 그림책 중에 한 권 고르려다 문득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 씨가 떠오른다. 그래 좋았어. 목적을 가진 눈으로 다시 서가를 살펴보니 작가별로 책들이 놓여있다. 안자이니까 아에이오우, 아.. 안… 쪽으로 가서 죽 따라가 보는데 없다. 왜 없지. 그럼 방법이 있다. 마 미 무 … 무.. 무라카미 하루키다. 아무래도 미즈마루 씨가 하루키 책에 일러스트를 많이 그렸으니 말이다. 하루키 씨의 책들이 주르륵 한가득이다. 찾았다! 미즈마루 씨의 그림이 그려진 책! 그것도 여러 권이다. 많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림을 손에 들고 이렇게 보니까 소유욕이 솟는다. 모르는 작가들의 책 틈에서 아는 작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는 즐거운 경험을 해버린 나는 책을 다섯 권이나 산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다섯 권이면 무지 많이 산 거예요.) 한국의 책과 달리 작고 몰랑몰랑한 문고본이라 귀여운 장난감을 산 기분이다. 배낭에 책들을 차곡차곡 담고 커피를 마시러 떠난다.



책 플랙스 후 모토커피에 간 나.
이렇게 다섯이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저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본다. 두 권은 동생에게 주고 세 권이 내게 남아있다. 언젠가 (조금 가까웠으면 하는) 미래에 이렇게 작고 귀엽게 만들어진 내 책이, 어딘가의 서점에서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수요일이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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