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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ěkuji! 체코어로 고맙습니다!

조식의 맛을 알아버린 프라하 여행

by 조윤히히히

2019년 프라하에 간 나.(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놀랍다.) 동생과 함께다. 우리는 프라하 중앙역과 가까운 호텔 소베린(sovereign prague)을 예약했다.

사실 중앙역과 가깝다거나 호텔 이름이 소베린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블로그 검색 중.)

호텔에서 나와 (기억으로는)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큰 광장과 어떤 역을 본 것 같은데 그게 중앙역이었나 보다. 그럼 큰 광장은 무슨 광장이었을까. 지금 좀 궁금해진다. 검색을 해보니 바츨라프 광장이란다! 검색창에 내가 본 광장 사진이 나온다.

뒷북을 잘 치는 나는 이렇게 한참 뒤에서 쿵쿵쿵 북을 친다.

파리에서는 이랬다. 길을 걷다가 강을 만났는데 뭔 강인지 모르고 한참 걷다가 강이 꽤 길어서 구글 지도를 켜니 아 글쎄 내가 서 있는 이 강이 센 강이라고.

이런 식이다. 쿵 쿵 쿵.


여기가 아마 호텔 앞
바츨라프 광장! 검색창에 나온 건물과 같다!
어딘지도 모르고 가고 있는 나다.


프라하 여행을 통해 눈을 뜬 게 있다면 그것은 조식의 맛. 유럽 여행이라는 흥분되는 이벤트 속에서 몸이 반응을 하는 건지 새벽 네다섯 시에도 눈이 뜨인다. 얼굴도 발가락도 퉁퉁 부었지만 몸을 침대에 눕혀 놓을 수가 없다. (이것을 시차부적응이라 부르진 않겠다.)

일찍 일어난 나는 창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돌바닥에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듣고 바람 냄새를 맡고 셀카를 찍으면서 새벽을 즐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조식시간! 가자 가자 조식으로!



조식의 맛을 봐버린다.


레스토랑으로 입장한다. 아침 일곱 시 반이다. 깨끗하게 머리를 올린 직원이 있다. 조식이 시작하자마자 입장하는 동양인 여자 둘(나와 동생)을 서먹하게 맞이한다. 따끈하게 데워진 유리그릇과 커트러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귀여운 크기의 크루아상 두 개, 버터 한 조각, 골고루 잘 익은 계란, 샐러드 조금, 소시지가 두 개, 파인애플 두 조각, 요거트 한 그릇 가득, 귤 하나, 살구 하나. 내가 선택한 조식 메뉴다. 거기에 오렌지 주스, 커피, 따뜻한 차 한잔씩. (물종류에 욕심이 있다.)


프라하에서 나는 배부르다. 먹는 양이 원래 적어서 이렇게 한 그릇씩 아침에 먹어 두면 뱃속에 하루치 용량을 저장해 놓은 느낌. 든든하다. 머리를 깨끗하게 올리고 서빙을 하는 직원은 나만큼은 낯을 가리는지 우리가 떠나는 마지막 날에야 겨우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나는 그 웃음에 감동한다. 보는 내내 꾸준히 서먹하다가 마지막이 되자 급하게 친밀감이 차오르고 만다. 이렇게 또 쿵쿵쿵. 뒤에서 북을 치는 나다.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Děkuji! (체코어로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이 단어도 지금에야 찾아봤다. 쿵쿵쿵.)


여행은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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