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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아도 아는 관계에 관하여

by 조윤히히히

1. 뵈는 게 없는 날의 좋은 점

안경도 렌즈도 안 한 생눈으로 오늘 하루를 살았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는 하루.

내 눈 가까이 반경 십오 센티미터 이상은 모두가 미궁이다. 살짝 뺨 근처로 자른 앞머리까지 도와주니 난 오늘 내 세상에만 사는 기분이다.

너 누구니. 나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그냥 가. 안녕.


2. 모녀의 커피타임

세 사람이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한 사람은 다이어리를 펼치고 꿈도 펼치고 초콜릿도 펼친다. 한 사람은 반짝이는 은색 의자가 예쁘다고 여러 번 말한다. 의자 위에 올려있던 커버를 바닥에 떨어 트린 줄도 모른 채 반짝이는 의자를 예뻐한다. 한 사람은 그런 두 사람을 그린다. 세 사람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어지지 않을 듯한 그런 대화를 이어간다. 세 사람은 모녀 사이다.

세모녀가 갔던 커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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