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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자르고 니와니와니와

by 조윤히히히

1. 미용을 한 나의 이야기

미용실에 간다. 머리 커트는 오늘의 중요한 해피 모먼트. 미용사와 스몰토크를 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이곳 디자이너님은 커트에 열중하는 편이고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신다. (다른 손님과는 수다쟁이로 변신하시는구나. 오늘 목격.) 목뼈가 뻑적지근해질 즈음 테라피 마사지를 곁들인 듯한 샴푸가 끝나고 커트가 시작한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려본다. 청량음료 한 모금 할 것만 같은 일본 미인 탤런트류의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나. 그렇지. 내가 원하는 이미지다. 샥샥샥. 디자이너님의 예술적 커팅이 이어진다. 살짝 감은 눈, 코 끝에 닿는 나의 앞머리. 샥샥샥. 샴푸를 해 준 보조 디자이너님이 스펀지로 톡톡 내 얼굴에 앉은 머리카락을 떨구어낸다. 이제 눈을 뜨면 청량감 듬뿍. 거기에 중성미 한 스푼 톡 끼얹은 내가 있는 거다!

과연 있었을까요?


2. 음악감상.

출근이다. 출근이라는 입이 나오는 상황을 달래줄 좋은 노래 없을까. 음. 봄 냄새 살랑살랑. 얼마 전 발견한 Roman Revolution의 Yu다. 기분 좋아지려 한다. 한 곡이 끝나고 공기의 음. 다음 곡은 뭘까. 무슨 노래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니. 하려는 참에 오 시작이다. 잠깐의 일렉트로닉 기타 소리 후 낯선 이의 목소리다. 빼꼬 빼꼬 빼꼬 빼꼬. 니와니와니와니와. 이런 가사다. 낯설다. 뭔가 나불나불 나불나불 나불나불. 혓바닥을 이렇게 오므리는 느낌으로도 부른다. 닷닷닷 키키 닷닷. 이런다. 또 나불나불나불나불. 니와니와니와. 그러다가, 뚝. 묘하게 빠른 타이밍으로 곡이 교체된다. 부랴부랴 음악감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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