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쉬는 날에 관하여.
쉬는 날이다.
쉬는 날은 바쁘다. 식빵 구워야지, 커피 내려야지, 사과 깎아 먹어야지, 이불 정리해야지, 빨래 개야지, 그림 그려야지, 릴스 만들어야지, 방 쓸어야지, 뽀식이 보보 잘 눕혀야지, 밥 안쳐야지, 노래 들어야지, 그림 액자 정리해야지…..! 전부 나 때문에 바쁘다. 이런 할 일들로 바쁜 건 좋다. 정신을 여러 군데다 빼놓고 방에서 이것저것 마무리 없이 한다. 대부분 쪼그려 앉은 자세. 이 자세가 기본이다. 움직일 때마다 경량패딩에서 슥슥 소리가 난다. 슥슥. 방에서도 나는 경량 패딩을 못 참는다. 가장 좋아하는 의류. 슥슥. 경량 패딩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귀에 가깝게 들리는 고요한 나의 월드에서 오늘은 하피!
2. 달리기와 인생에 관하여.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도서관(직장)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우울을 던져버린 나는 한층 더 우울해진다.
후. 후.
옷을 싸매 입고 밖으로 나온다. 계획에 없던 러닝 실시. 순식간에 러닝구공이다. 기분이 좋다. 뇌로 새 공기가 유입되고 새사람이 된다.
후. 후.
새로 산 뉴발 러닝화가 빛을 내는 순간이다. 좀 뛰었더니 골반이 아파와서 유턴한다. 올 때 본 과일 가게에 누워있는 사과에 눈독을 들인 나는 돌아가는 길에 사과를 산다. 카드 환영. 할머니가 나오시며 말씀하신다. -카드 기계 할 줄 알면 하고 가져가. 옆집 할미여 나는. 인생에 어려울 게 뭐 있나 싶다. 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