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스 내린다. 아이스 마신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세종대왕대로에 내가 걷고 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뚜뚜두.
나: 퇴근이다 퇴근!
엄: 눈 엄청 많이 오지.
나: 음료수 사 먹어야지~
엄: 따뜻한 거 마셔.
나: 응. (딸기라떼 아이스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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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추우니까 따뜻한 거 마셔.
나: 웅. 쩝쩝. (딸기알맹이 씹는다)
엄: 아이스 먹지 너! 말 디지게 안 들어. 끊어!
아 들켰다. 맛있어. 행복해.
2. 케이크에 관하여
케이크는 즐겁다.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케이크를 눈앞에 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언젠가 케이크는 기쁨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즐거운 날, 기쁜 날, 크리스마스나 생일처럼, 축하를 위해 케이크를 많이 사니까 말이다. 케이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좋다. 좋아진다.
그런데 위장 이슈가 있는 나로선 괴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맛있는 걸 입에 넣을 수 없는 괴로움!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도쿄였고 조민니가 이십 대 시절 제과제빵을 하던 때부터 꼭 가보고 싶다 했던 블랑제리를 방문. 오모테산도 히르즈 안에 있었고 가게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조민니가 장폴에방이라고.)고급진 분위기에 압도된 채 라즈베리 필드로 채워진 초코무스 케이크와 몽블랑을 샀다. 난 그날도 여전히 소화가 불량했고 눈앞에 놓인 행복을 맛볼 수 없었다. 신트림만 해댔다.
글을 쓰는 지금도 라즈베리잼을 곁들인 케이크를 앞에 놓고 요동치는 배를 붙들고 있다. 소화가 안 되면 침의 점성이 진해지는데 지금 그렇다. (그런 거 아시나요?)
저의 소원은 여행지에서 케이크 하루에 하나씩 먹기랍니다. 과연 이루어질지.
3. 노란색 좋아하는 나에 관하여.
같이 일하는 분과 함께 점심. 광화문에 있는 베이글 카페에서다. 베이글 샌드위치랑 룽고 커피세트를 시키고 무화과 스프레드도 하나 집어본다. (이곳 무화과 스프레드 맛있습니다.) 커피가 나온다. 오동통한 도자기 컵에 담긴 따뜻한 커피. 빨갛고 노란 컵이 뽀식이 꼬식이만큼 깜찍하다.
노란색 좋아하잖아요! 하면서 같이 간 분이 내게 노란 컵을 밀어주신다. 노란색 좋아한다고 말했었나. 노란색 좋아하는 티 나는 나, 좋은 걸. 베이글도 나온다. 무화과 스프레드 찹찹 바르고 바삭! 아 좋다. 따뜻하고 맛있고, 노란색만큼 좋은 점심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