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우러 갑니다

장바구니

by 조윤히히히

눈 뜨고 있는 시간 대부분을 쇼핑에 써 본 적 있으세요? 요근래 제가 그랬습니다. 눈만 뜨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장바구니에 옷을 넣었다 뺏다 넣었다 뺏다 하는 게 제 주요한 일과였습니다.

‘그 바지를 살까, 저 아우터는 내 옷이야, 이런 옷 하나 정돈 있어야지 없다는 게 말이 돼?’

아직 사지도 않은 옷들을 머릿속으로 수십번씩 입어보고, 상상 속 내 모습이 내가 원하는 나라며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미워보였습니다.

‘지금 내 모습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아, 이건 내가 바라는 내가 아냐, 이런 내가 싫어!’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어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원하는 모든 걸 손에 쥐면 나는 정말 멋지고 아름다워 질까요?

문득 고개를 들고 거울을 보았습니다. 웃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수수하고 어딘가 모르게 장난스러운 모습, 제 모습 그대로의 ‘내’가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손에 땀나게 꼭 쥐고 있던 아이폰을 테이블에 놔두고 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날따라 공기가 시원했어요. 무난한 셔츠에 무릎 나온 청바지를 걸친 제가 정말이지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별로 가지지 않아 행복한 기분이었어요. 억지로 가지려 애쓰지 않을 거에요 이제.


저 좀 실례할게요. 장바구니 비우러 가야하거든요~

(이 글은 거짓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여전히, 아직도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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