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쾌속열차로 17분, 보통열차로 30분 걸린 곳에서 살다가
그나마 도심으로 옮긴지 8개월정도 되어간다.
아침 아주 일찍 사무실로 나가
레버넌트의 원작소설을 적었던 작가처럼
매일 2시간에서 4시간 자기만의 작업을 끝내고
일을 시작하려 했던 포부는 시들해졌다
30분 남짓되지만 도쿄를 코로나가 끝난 후의 통근열차를 타고
남북으로 가로질러 가는게 버거웠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가난의 이유를 게으름으로 들었지만 새벽열차에는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네 체인 커피숍(카페가 아니라 커피숍이 더 맞는 것 같아 이리쓴다)은
학생 때에 비하면 1.7배정도 커피가격이 올랐지만
그래도 커피체인 중에서는 꽤나 저렴한 편에 속한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선율이 들려왔다
브람스의 자장가였다.
어릴 적 엄마가 사준 동화전집에는 카세트가 첨부되어있어
책을 읽을 때 낭독해주는 형식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책의 요약은 해주었는지, 아니면 전부 낭독해주었는지
아니면 성우들이 등장인물들에 맞춰 연기를 해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작하기 전에 브람스 자장가의 담담한 피아노연주가 들렸던 건 기억이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6nb35I9w-8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여준다며
염려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80년대에는 80년대 나름으로 그게 최신식이었겠지 같은 생각을 했다.
열차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에게
이전 시대 열차에서 신문 잡지에 얼굴을 묻고 또는 담배를 피는 걸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한편으로는 또 뇌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길래
수십년동안 잊고 살았던 일을
어느 날 아침 이렇게도 선명하게 불러일으키는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잊을만큼 사소한 일이라도 그게 언제가 되었건 간에
언젠가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걸까
스마트폰으로 작업용 음악을 검색해는 내 옆에
어린 내가 카세트 테이프와 큼지막한 동화책을 들와서는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