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계의 맛있는 수제 버거집을 소개하겠다고 해놓고, 다른 글들을 쓰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태풍 힌남노가 무섭게 상륙한다는 소식에 뉴스를 돌려보다 보니 오키나와가 태풍에 직격해 피해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오키나와는 내가 두 번 밖에 가보진 못했지만 갈 때마다 정말 좋은 여행지였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으로 순박하지만 강인한 내면을 지닌 사람들 같았다. 제주와 경상도 남부를 포함해 우리나라도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면서,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재난 재해 앞에서는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오키나와가 피해를 잘 극복하길 바라며, 그들에게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이 다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키나와의 <Ralph's Burger Restaurant>를 소개한다.
오키나와의 <Ralph's Burger>
우선 자고로 맛있는 버거집은 식당 이름에 자신감 있게 버거가 들어가고 버거만 팔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물론 가끔은 버거가 식당 이름에 들어가지 않거나 버거 외에 다른 음식도 다루면서도 맛있는 맛집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런 집은 그 여행지에 한두 번 방문하는 우리가 찾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이름이 들어가고, 버거가 들어갔다? 경험상 그러면 맛있을 거라고 과감하게 판단해도 좋다.
일단 오키나와에 여행을 가게 되면 지역의 버거 수준에 대해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미군 주둔지로 지역 자체가 오랜 시간 미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초밥이나 소바 등 전통적인 일본의 음식들도 좋지만 미국 식문화인 버거도 기대해볼 만한 것이다. 나는 2018년 말과 2019년 말 2회 오키나와를 방문하였는데, 이 글을 쓰려고 다시 찾아보니 더 평이 좋은 몇 곳의 수제버거 집들이 새로 생긴 것 같아 다음번 오키나와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
랄프 버거집 치즈 버거(출처: Okinawa Labo)
우선 가게에 입장하기 전에 외향이나 가게 인테리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오키나와 스타일은 아니고, 미국에 힙한 버거집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왔다. 인테리어용 바이크가 한대 있는 딱 그런 느낌.
각설하고 <Ralph's Burger>는 우선 패티가 정말 좋다. 모든 메뉴에 100% 와규만 사용한다고 하는데, 와규라는 게 사실 일본이 잘 브랜딩 한 상업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와규를 잘 다뤄서 육즙 가득한 맛있는 패티로 먹으면 '역시 재료가 좋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패티의 숯불에 구운 향도 굉장히 좋고, 사이즈가 상당한 편인데 너무 느끼하다거나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마요네즈 기반 소스도 괜찮다.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버거 번이다. 오키나와에서 자체적으로 나는 밀을 사용 해서 직접 번도 만든다고 하는데 번만 떼어먹어도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이 집은 아이덴티티로 웃는 모양의 감자칩이 나오는데 그것도 귀엽고, 수제로 만든다는 밀크셰이크도 점도나 당도가 버거랑 먹기에 알맞다.
조금 아쉬운 점은 보통 오키나와에서 먹는 버거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즐기는 이런 상상을 하기 마련인데, 이 레스토랑은 오키나와 중심부 내륙 작은 도심 지역에 위치해있어서 풍경을 즐긴다거나 하는 부수적인 재미가 있지는 않은 곳이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면 오키나와 어디를 여행하든 들릴 수 있을만한 곳이니 한 번쯤은 방문해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거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