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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이 Aug 24. 2022

상상력이 랜드마크를 만나는 순간

'고질라'의 금문교

누군가 나에게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나는 소개팅 같은 자리만 아니라면(?) 항상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인생 영화나 앞서 소개했던 영화들이 주로 로맨스 드라마 장르라 그런 영화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아주 예전부터 영화라는 예술이자 산업이 갖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돈이 되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력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왔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정말 현실감 넘치는 이미지로 구현하여 실감(實感)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예술이 하기 어려운 영화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매우 사랑하게 되었다. 마블로 대표되는 히어로 영화들부터 추후 소개할 좀비 영화나 재난 영화. 그리고 오늘 소개할 대표 괴수 영화 '고질라(2014)'가 바로 내가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괴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시리즈물의 전문적 지식이 있거나 덕후는 아니라서, 토호의 고지라 시리즈는 최근에야 그 존재 여부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처음 접한 '고질라' 영화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년 작이였다. 이 영화는 완성도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고, 제작비 대비 흥행에서도 실패하였으며, 원작 팬들의 많은 원성을 산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중학생 때 나는 그 당시 이런 수준의 특수 효과와 CG로 구현되는 괴수 영화를 거의 처음 보는 것이라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1년 뒤 야심 차게 나온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가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2001) 였음을 생각해보자... 앞서 언급한 내 영화적 취향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면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들(조금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클리쉐의 재난 블록버스터)은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 주관적인 평가라 말하기가 어렵지만, 나는 여전히 이 영화도 재평가받을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시간이 꽤나 흘러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한 새로운 고질라(2014)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니! 그 고질라를 2014년 CG 기술로 구현하면 얼마나 실감이 날까?"가 너무 기대되고 설레어서 당시 대학 막 학기 취준생으로 중간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일 조조 영화로 달려가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내 기대치를 100%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일본, 필리핀, 미국 서부까지 글로벌 로케이션을 누비며 실감나게 구현된 괴수들을 보고 있으면, 중학생 때 내가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원작 시리즈에 대한 헌사라고 불릴 정도로 숨어있는 다양한 오마쥬들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서사 구조도 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하나의 세계관이 된 '몬스터버스' 전체를 연결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상쇄될 수 있는 영화다.


'고질라' 스틸 컷


이 영화에서 단연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 후반부 금문교(Golden Gate Bridge)로 향하는 고질라의 진격 씬이다. 초반부 영화 로케이션이나 배경은 특징적인 부분이 있지 않아서 지구 어딘가라고 하더라도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면, 고질라가 금문교를 만나는 이 장면에서 현실감(reality)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호들갑을 떤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마 그 장면을 영화관에서 내가 혼자 봤더라면 박수를 쳤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게도 재난 상황에 처한 랜드마크를 출연시킴으로써 영화적 상상력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감독인 롤런드 에머리히가 대중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고질라 시리즈 영화라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롤랜드 에머리히는 영화 '투머로우(2004)'에서 시원하게 금문교를 한번 얼려버린적이 있다.)


1937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던 금문교는 부연 설명하는 것이 사실 이상할 정도의 미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미국 동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서부의 랜드마크를 떠올리면 LA의 할리우드 사인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가장 쉽게 생각날 것이다. 특히 할리우드와 가까이 있는(?) 몇 안 되는 거대한 랜드마크기 때문에 수많은 영화에서 금문교가 부서지는 연출로 나와 유튜브에서 금문교 파괴 장면만 모아둔 영상이 있을 정도다. 고질라와 함께 괴수/메카 장르 양대 산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퍼시픽 림'(2013)에서도 괴수 카이쥬에게 박살이 나고, 드웨인 존슨 형님의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2015)에서도 시원하게 부서진다. 그런데 막상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가서 금문교를 본다면 이런 장면들과는 180도 다른 정말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클리쉐라 하더라도 평화로운 현실 대표 공간이 파괴되면서 줄 수 있는 감흥을 영화 제작자들은 놓치기 싫은가 보다.

평화로운 금문교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러브 인 샌프란시스코(2005)'의 금문교 배경 데이트 장면을 추천한다. 여행으로 금문교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보통 3가지를 꼽는다. 피어 39에서 배를 타고 알카트라즈와 금문교 아래를 지나는 베이크루즈 투어,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건너가 소살리토 즐기기, 금문교의 전경이 보이는 프레시디오의 잔디밭에서 피크닉이 그 방법들이다. 나는 샌 프란시스코에서는 꽤나 긴 시간을 출장과 여행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셋 다 체험해보았는데, 셋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는 여행 방법이니 시간이 된다면 모두 즐겨보시길 권장한다.


크리시필드에서 바라본 금문교(출차: https://ghetto-fabulous.tistory.com/26)


금문교만큼이나 다양한 영화에 출연한 랜드마크는 내 생각에 자유의 여신상이나 파리 에펠탑 정도를 제외하면 없을 것 같다. 평화로운 금문교를 관광하면서 다양한 영화에서 나오는 금문교를 떠올려 보는 것은 재미있는 체험이 될 수 있다. 영화 제작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씬을 떠올리고 만들었을지 추리해보거나, 나만의 상상력으로 많이 이미지가 소진된 금문교를 새롭게 표현해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나의 상상력이 랜드마크를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도 예술가가 아닐까.




<'고질라' 영화 추천 포인트>

1) 고질라 1편으로는 사실 조금 아쉽다. 몬스터버스(레전더리 픽쳐스의 괴수 영화 유니버스)를 쭉 따라가보ㅏ자. 킹콩을 지나 킹콩과 고질라가 만나는 마지막 영화까지. 미니 마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금문교' 여행 추천 포인트>

1) 이번에는 글에 금문교를 여행하는 방법과 추천 스팟을 다 써뒀다. 공학적 지식이 있다면 더 놀라운 것이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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