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울고 싶을 때 아빠는 쓰련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에게 존경을 표한다. 인간 하나를 길러낸다는 것이 이렇게 고된 것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얕봤다. 밥 주고, 재우고, 씻겨주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다들 그렇게 엄살을 부리나 코웃음 쳤다. 지금은 코웃음이 아니라 코피가 나게 생겼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밥 주고, 재우고, 씻겨주는 게 전부인 건 맞는데, 그것 말고는 맞는 게 하나도 없다. 무엇 하나도 쉬운 게 없으니 정작 내 밥 챙겨 먹고, 내 잠자고, 내 몸도 씻기도 버거운 게 지금 상황이다.
아내가 다른 블로그의 아빠들의 육아일기를 몇 개 보내줬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난 만큼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기록 역시 늘어나고 있다. 내용은 대체로 산후조리원이 어떻고, 수면 교육이 어떻고 하는 지극히 업무적인 육아 리뷰(?)였으니 그런 글에는 내가 별로 흥미가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육아하면서 특별히 새로 쓸 것은 없다. 그동안 내가 써온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이고, 내 일기에 수달이가 들어왔을 뿐이다.
육아일기라는 게 무엇인고 생각하다가 옛날 예능 <GOD의 육아일기>를 떠올려본다. 그때 어마어마했던 인기의 비결은 별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아기였기에 결코 각본으로 짜여질 수 없었으니 연출되지 않은 순수한 육아의 현장이 시청자의 감정을 치유했다. 아기 주인공이었던 재민이가 웃으면 시청자도 웃고, 재민이가 울으면 시청자도 울었다. 육아란 아이가 울면 같이 울고 싶고, 아이가 웃으면 또 같이 웃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겠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며칠은 울고 싶었다. 아이가 계속 울어대니 그냥 같이 울고 싶었다. 기저귀를 갈아줘도, 분유를 줘도, 둘러 안고 둥가둥가해줘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도록 울어대니 가슴에 뜨거운 기운이 꽉 들어차는 기분이었다. 순간 육아일기고 뭐고 상관없으니 뭐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이 갈라지도록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의 마음을 도통 읽을 수 없는 자괴감을 글로 적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아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었다. 그게 육아일기라면 육아일기일 것이고, 그냥 내 일기라면 내 일기일 것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와 문장을 출력할 뿐이다.
훗날 수달이가 자라 이 글을 읽을 때가 올지 모르겠다. 아빠의 일기를 딸이 읽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일인가 잘 모르겠지만, 십수 년 전부터 적혀온 글들이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본인도 재밌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또 부담스럽다. 아빠의 글을 몇 문장 읽다가 재미없다고 친구들과 나가 놀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분명히 서운하겠지. 그러면 너 읽으라고 쓴 거 아닌데! 하면서 서운치 않은 척도 괜히 하겠지. 그런 날이 올까? 얼른 왔으면 좋겠다. 서운한 이야기여도 상관없으니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