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음으로

이 년동안 키워 온 또 하나의 자식

by 조성현

어제저녁, 팀장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잠깐 통화 가능? 지금 회식 중이야. 다 같이 있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성현아. 육아 잘하고 있지?

네, 팀장님.

전화 건너편은 시끌시끌했다.

자자, 성현이 전화 왔어. 다 같이 인사!

늘 그랬듯 팀장님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계주 달리듯 팀원들이 릴레이 전화를 건네고 받았다. 한 선배는 고생이 많다고 하고, 또 한 선배는 아기 사진 좀 보내달라고 하고, 또 한 후배는 지금 집으로 찾아가도 되냐고 농을 던졌다. 연신 웃으며 고생이 많으시다고,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팀에서 막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 참이었다. 이 년 전부터 준비했던 그 서비스는 내가 시작했다. 정체된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기대하며 내놓았던, 제법 대담했던 아이디어는 팀장님의 지지를 타고 윗선으로 보고되었다. 전무님은 우리의 야심을 마음에 들어 했다. 의사결정을 받았고 개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금세라도 출시될 줄 알았던 서비스는 규제라는 산을 넘지 못했고, 나는 변호사까지 대동해 부지런히 세종시를 들락거렸다. 사무관을 만나고, 또 만나고, 또 만나고, 임원 미팅을 조율했다. 승인을 받아내기까지 거의 이 년이 걸렸다.


서비스가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볼 그 순간에 나는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사업을 기획하고, 수익 시뮬레이션을 하고, 보고서를 쓰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규제 기관을 설득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계약하는 이 년 간의 모든 과정이 '론칭'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될 것이었다. 그 응축된 영광의 순간에 나는 사무실이 아닌 집에 있었다.


아내는 내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아쉽지. 어떻게 아쉽지 않겠어. 내가 시작한 서비스니 자식 같이 느껴지는 걸. 근데 백 번을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거니까, 그 아쉬움은 그냥 아쉬움으로 기분 좋게 남겨둘 수 있어.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성현아. 서비스 대박 났어. 고맙다. 고생했다.

전화로 전해지는 팀장님의 음성은 불콰하게 달아 오른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진짜 대박이 난건지, 기분 좋으라 한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떤 쪽이든 상관 없었다. 기분이 좋았으니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더 대박 나야죠. 앞으로가 더 중요하잖아요. 저 이제 수달이 재워야 해서요. 또 전화드릴게요.

잠투정 부리는 수달이를 안고 흔들며 전화를 끊었다.


내 품에 안긴 작고 따뜻한 생명이 틀림없는 내 자식이듯, 풍운의 뜻을 안고 출시된 서비스도 틀림없는 내 자식이었다. 비록 탄생의 순간을 지키지 못한 못난 아버지지만 내가 키워왔으니 그런 애정을 품었다. 수달이를 안고 토닥이며 생각했다.

쑥쑥 자라서 대박 나렴. 수달이도, 너도.


대박이 별 게 아니고 건강한 게 대박이란다. 건강하기만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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