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방
우리집 화장실은 집 바깥에 있었다. 밤이 되면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변의를 참는 바람에 변비에 걸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배에 똥이 가득 찬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다녔다. 어거지로 변을 빼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럴 수는 없었다. 병원의 처방보다 효과적이었을 해결책은 분명 이사라는 것을 부모님도 모르지 않았으니, 그집에서는 육개월만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어릴 적 기억이 몇 없는데, 신기하게도 그집의 풍경만큼은 선명하다. 단칸방에서 네 가족이 나란히 누워 자던 모습, 친구가 놀러왔는데 혼자 잠드는 바람에 친구가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던 일,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가 내 손 위에 똥을 싸서 친구에게 줘버렸던 일, 친구와 집 앞 골목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던 일, 골목 끝 구멍가게에서 샀던 군것질거리. 그곳은 나에게 추억이었다.
그 무렵, 아버지는 당신 친구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그 시절 신식 아파트답게 깔끔하게 구획된 한 가족의 터전을 한동안 감상했다. 이방 저방 곳곳에 단란한 가족의 행복이 있었다. 이 방은 부부의 사랑이, 저 방엔 아이의 평온이, 거실에는 온 가족의 웃음이.
아버지는 온 가족이 나란히 누운 단칸방에서, 컴컴한 천장을 보며 말했다. 언제쯤 내 아이들에게도 방 하나씩 해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어머니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대답했다. 네 가족이 각자의 공간을 온전히 챙길 수 있는 집.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 마음 놓고 볼 일을 볼 수 있는 집. 그래서 아들이 변비에 걸리지 않는 집. 그곳은 아버지에게 꿈이었다.
오늘 아이 방을 마련해주었다. 암막커튼을 달고 침대를 옮겼다. 그동안 안방에서 재워왔는데 아이가 안방을 제 방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 서둘러 온전한 제 방을 꾸려주었다. 아내와 나는 앞으로도 이전과 다름없이 아이를 안고 먹이고 재우겠지만, 그 방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그 방의 주인인 딸 아이는 훗날, 그 방에 옷을 벗어두고, 그 방에 가방을 내려두고, 그 방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것이다. 밤이면 따뜻한 솜이불을 덮고 아늑한 꿈나라로 떠날 것이다.
아버지의 꿈은 내게 꿈이 아니었다. 굳이 이룰 필요도 없이, 염치없게도 그냥 주어져 있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가족을 꾸렸던 아버지에게는 자식에게 방 하나 마련해주는 것이 다다를 수 있을지 의심하던 밤하늘의 먼 별이었지만, 내겐 손 안에 있는 작은 별사탕 하나에 불과했다. 그 달콤함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던 염원이었음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나는 아이의 방을 바라보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