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또 다른 처음을 선물하고, 나도 선물 받고
처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다가올 처음과 지나간 처음이다. 다가올 처음은 설레고, 지나간 처음은 애틋하다. 우리는 처음을 매우 애지중지하는데, 한 번 쓰여지면 고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쉬이 지나가고 안락해진 일상 위에서 우리는 종종 처음을 추억하며 산다. 서툴고도 짜릿했던 그 순간을.
다가올 처음보다 지나간 처음이 더 많아진 사람은 추억보다 설렘을 부러워한다. 할머니는 아주머니를 부러워하고, 아주머니는 아가씨를 부러워하고, 아가씨는 학생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아기는 모두의 부러움을 산다.
우리집에 그런 존재가 있다. 이제 나이가 77일이 된 딸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다. 오늘도 딸에게 새로운 처음들을 주었다. 첫 나들이, 첫 유모차, 첫 즉석사진, 첫 사람 구경, 별 게 다 처음이다.
첫 나들이 장소가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잔디 위였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생후 77일 차 아기에게는 너무 매서운 추위였기에 여의도 IFC몰에 다녀왔다. 거기서 딸은 유모차에 누워서 이리 굴러가고 저리 굴러갔다. 영화관 앞 즉석사진 부스에서 셋이 사진도 찍었다. 엄마, 아빠 커피 한 잔 할 때는 웅성웅성 백색 소음 들으며 유모차 안에서 조용히 잠도 잤다.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를 들쳐안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아 헤맸다. 화면에 떠있는 게 자기 얼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앞으로 내밀며 즉석사진을 찍었다. 제일 신난 건 딸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였으니, 딸의 처음이라는 건 핑계고 부모의 처음을 만끽하고 돌아온 셈이 되었다.
딸 덕분에 우리에게도 처음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앞으로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처음이 한참 남았다. 그게 설레긴 하지만, 좀 겁나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셋이 같이 하면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