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지도 않을 당첨을 상상하며
아내와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정류장 뒤에 있는 복권 가게에서 로또를 오천 원어치 샀다. 순전히 충동적이었지만, 늘 그렇듯 이번에는 왠지 당첨될 것만 같은 좋은 느낌이 들었다. 토요일 저녁이면 역시 늘 그렇듯 무의미한 숫자들이 적힌 종이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겠지만.
얼마 전에 봤던 로또에 대한 뉴스 몇 개가 기억이 났다. 작년에 로또 판매액이 6조 원이 넘어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는 뉴스, 1등 당첨자의 평균 실수령액은 14억 정도라는 뉴스. 이제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어도 인생 역전은 언감생심이라지만 그럼에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을 보면, 애초에 로또를 구매한 사람들은 인생 역전까지 바라던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여전히 어마어마한 금액이긴하지만, 그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다가오는 토요일의 희망일 것이다. 그 때까지 괜히 기대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오천 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아내의 지갑 안에 기분 좋은 상상이 고이 접혀 꽂혀있다. 대출부터 갚아야겠다, 가족들과 다 같이 어디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대접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봤던 복권 당첨자들의 당첨 그 이후를 조명했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린다. 대체로 당첨 이후에 오히려 불행해졌던 경우였는데, 그 이유는 돈을 보고 다가오는 주변인들이었다. 가족들과 소송하고 의절까지 하는 경우를 떠올리니, 당첨이 되더라도 비밀에 부치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근데 그게 생각처럼 되려나? 가족에게도 얼마씩 나눠주고 싶고, 친구들에게도 베풀고 싶은데, 결국 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당첨이 되어도 고민거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당첨은 됐으니 살던 대로 마음 편히 사는 게 낫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