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종단 행사

경기도 양주에서 부산까지

by 조성현


내일부터 대한민국 종단 행사가 시작된다. 남한 최북단에서 조금 모자라는 경기 양주로 갔다가, 역시 최남단에서 조금 모자라는 부산으로 간다. 나와 아내는 끝과 끝을 만남의 선으로 잇는 것으로 아들이자 사위이고 딸이자 며느리의 소임을 다한다. 이번 설은 양가에 특별한 설렘이 맴돌고 있으니 그것은 단연 새로운 멤버, 손녀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양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딸에게 입힐 작은 한복을 구해 두었다. 아주 정통의 디자인은 아니고 명절 느낌을 낼 만큼의 일종의 개량 한복이다. 한복을 입은 딸은 내일부터 절이랍시고 바닥에 철푸덕 엎어져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할 예정이다.


온통 설렘으로 가득한 양가의 분위기와는 달리, 정작 나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대한민국 며느리에게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는데, 나에게는 이동 공포증이 있다. 짐을 바리바리 싸는 것도 고역이고, 그것을 들고 긴 거리를 이동하는 건 더욱 곤욕이다. 같은 이유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 누구보다 여행을 만끽한다. 도착하고 나면 이제 짐쌀 일도 이동할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여행 가서는 제일 재밌게 놀면서 매번 불평이냐" 라고 한 소리를 듣는데, 나는 "여행이 싫은 게 아니라 이동이 힘든 것"이라고 해명한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쯤에 또 이동 공포증은 시작된다.)


아내는 거실에 캐리어를 활짝 펴놓고 신명나게 짐을 챙기고 있다. 내 눈에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또 꺼내고 돌아올 때는 다시 싸야하는 똥개훈련에 불과한데, 저렇게도 짐싸기를 즐거워하는 것은 먼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추억의 설렘 때문일 테다. 나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매번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먼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고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도착하기만 하면 제일 즐겁고 행복하고 짜릿할 예정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72B0206F-5E91-4288-9258-1001D698075D_1_105_c.jpeg 벌써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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