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옮겨다니는 뭉클한 이야기의 힘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맛깔나게 풀지 못할 뿐이지 모두의 이야기는 그마다의 맛이 있다. 슴슴하면 슴슴한대로 달큰하면 달큰한대로 씁쓸하면 씁쓸한대로 이야기의 맛은 관심을 휘감는다.
어머니가 한 달 동안 입원한 그 방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갔다. 남편은 왜 안오냐는 맞은 편의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이야기를 했다. 아주머니는 신장 투석을 하고는 지친 몸으로 매일 병실에 찾아오는 남편 이야기를 했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아주머니는 남편이 떠나면 어찌 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날, 어머니와 아주머니는 같이 울었단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어느 지역에서 소문난 국밥집을 한다고 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달걀 장사로 시작해 국밥집으로 집을 일으킨 이야기는 가히 신화 같았다. 하지만 그 신화에도 옥의 티가 있었으니 문병을 온 자식이었다. 매번 할머니의 돈을 받아다가 탕진하기를 일쑤인 딸은 문병을 와서도 돈 이야기 뿐이었단다.
병실 안의 네 명의 환자를 간병하는 공동간병인 여사님은 연변 출신의 조선족이었다. 그 좁은 방에서 먹고 자고 하느라 다소 누추한 그를 처음 봤을 때, 어머니의 간호를 잘 해줄지 못미더웠다. 며칠 후에 다시 병실을 찾았는데 걱정은 기우였음을 알았다. 여사님은 어머니를 유난히도 야무지게 챙겨주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전해 듣기로, 어머니가 다른 환자들의 부조리한 요청을 막아주었기 때문이었단다.
한 달짜리 입원에 오갔던 환자가 여럿이고, 간호사에 의사에 간병인까지 꽤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지긋지긋한 병실에서 벗어나 그리웠던 집에서 설을 보내며 그 이야기들을 꼼꼼히 전했다. 아직 무릎이 아프다 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것이었다. 울컥대며 솟아오르는 힘으로 이야기가 제멋대로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이야기는 스스로 움직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서 저기로 옮겨간다. 살아움직이는 그것들의 힘을 보고있자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지간히 힘이 넘치는 이야기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