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휴가

아내와의 극적 합의 타결!

by 조성현


육아를 시작한지 어느덧 다섯 달이 되어간다. 생후 50일이 되기 전 혼비백산 육아는 나름 정돈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봤자 여전히 우당탕탕이다. 가장 힘든 것은 잠과의 사투인데, 딸은 자라고 해도 못자고 나는 자고 싶어도 못잔다. 내게 자유시간이 있다면 마냥 잠이나 퍼질러 자고 싶은 심정이다.


아내와 서로 휴가를 주기로 했다. 1박 2일은 너무 야박하고, 3박 4일은 남은 사람이 너무 고달플 것 같아서 2박 3일 정도로 정했다.

아내는 도쿄로 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일본 문화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일본을 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묵히고 묵혀두었던 만큼 기대가 만발인 듯하다. 도쿄에서 들릴 곳을 정리하는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어떤 휴가를 다녀와야할지 고민해봐도 뾰족한 행선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일본이나 다녀올까 싶었지만 짐 싸는 것도 귀찮고 공항에서 수속 밟는 것도 귀찮아서 그만 두었다.

대신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무엇인고 생각해보니, 그냥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잠이나 자고 싶다. 잠에서 깨면 뜨끈한 물에 몸을 담궜다가 노곤한 채로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 그러다 심심하면 신나는 음악 들으면서 한적한 밤거리를 슬렁슬렁 거닐고 싶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영화나 한 편 보다가 잠에 들고 싶다.


번뜩 생각난 곳이 멀리 여수에 있는 호텔이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 아내와 둘이 갔었는데 매우 만족했던터라 다음에 셋이 같이 오자고 했었더랬다.*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시설 점검 차 혼자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식당의 음식은 여전히 맛있는지, 헬스장 시설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침구는 포근한지 확인해 봐야겠다. 셋이서 올 날을 대비해서 호텔의 안락함을 만끽해봐야겠다. 딸아, 너를 피해서 절대 혼자서 쉬러 가는 것은 아니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렴!


* 작년 7월에 딸이 태어나기 전에 여수 여행을 다녀왔었다.


3EB6CB87-94B6-4864-9159-C6D7CF01327E_1_105_c.jpeg 여유로웠던 지난 여수의 날
CE3CA1FA-630F-4E57-963A-BC2F66CD47E6_1_105_c.jpeg 여수 갓 페스토 피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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