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

뜨끈하게 풀어줘야 하는 여독

by 조성현

아내와 긴 여행을 다녀오면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주문하는 음식이 있다. 험한 여정으로 축난 기력을 그대로 복원시키기에 필요한 뼈와 살, 그것들이 부드럽게 위장으로 내려가도록 돕는 뜨끈한 국물. 그것은 뼈 해장국이다.

전날에 술을 억수로 들이부어 마신 게 아니더라도 해장은 필요하다. 여행의 고됨은 은근히 위장에 무리를 주고, 몇 날 며칠 동안 그 무리가 누적되면 위장의 스트레스를 은근히 풀어주어야 한다. 이 사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해장국이 당기는 것을 보니 본능적인 것이다.

설 명절 행사를 마치고 부산에서 돌아오자마자 뼈 해장국을 주문했다. 빨간 국물이 목구멍을 탁 치자 켁켁 기침이 난다. 기침을 달래려 빨간 국물을 몇 숟갈 더 넘긴다. 달랜다기보단 적응시키는 게 맞는 것이다. 칼칼한 맛에 적응한 입과 목구멍은 쉬지 않고 살코기와 시래기를 삼킨다. 한바탕 식사가 끝나고 나면 뱃고래는 이만큼 불러져있고 몸은 뜨끈해져 있어서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된다. 그만큼 개운하고 든든하다.


아내와 서로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를 나눈다. 딸 챙기랴 가족 챙기랴 서로 배려하랴 바쁘기도 참으로 바빴다. 그 사이사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함께 채워주었으니 이 고생이 고달프지 않다. 마냥 힘이 들다가도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에 맞춰 함께 웃고 떠들다 보면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이것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스러웠던 만큼 편안한 것이다. 슬펐던 만큼 즐거운 것이다. 불행했던 만큼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뼈해장국이 이렇게도 맛있는 것이다.


48C9C1E8-7793-4A7A-BCFF-673A3A22BCA6_1_105_c.jpeg 친구의 딸이 아내에게 만들어준 그림.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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