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
물건이 많은 복작복작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취향을 따지자면 미니멀리스트에 가깝다. 쓸모 있는 물건들은 끼리끼리 잘 정돈해두고, 쓸모없는 물건들은 쌓이기 전에 쉽게 버린다.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에 비해 양이 그리 많지도 않다. 옷은 한 번 사면 오래 입는 편이라 있는 옷들도 십 년이 넘게 쌓인 게 그만큼이다. 그마저도 매번 입는 옷들만 입기 때문에 중간중간 버리고 처분하는 옷들도 있으니 내 물건이랄 게 그리 많지가 않다.
언젠가 정리의 달인이 한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그릇에 넘치도록 많다는 말과 같아서 버림은 정리의 필요조건이 된다. 그렇다 보니 버리는 게 싫은 사람은 자연스레 정리를 포기하고 산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정리되지 않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손에 닿지 않으며, 손에 닿지 않는 것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줄여 말하자면, 정리되지 않은 것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마음이 정결한 사람치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없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 치고 명석한 사람이 없다. 드라마 <미생>에서 신입사원 장그래에게 폴더 정리를 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정리야말로 업무 능력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소양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 집에 물건이 많긴 하지만 대충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화분이나 오브제나 조명이 거기에 있는 이유는 그것을 치워보면 알 수 있다. 화분이 없으면 공간이 생기를 잃고, 오브제가 없으면 재치를 잃고, 조명이 없으면 안락함을 잃는다. 종류가 많긴 해도 제법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는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이렇게 간단한데, 좀처럼 정리하기가 어려운 게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다. 마음은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흐트러진다. 욕심, 후회, 실망, 분노 같은 마음은 그 자체로 엉망진창이라서 일단 벌어지고 나면 한참을 헤맬 수밖에 없다. 마음이 욕심인지, 분노인지, 질투인지도 모른 채로 정돈에 나서봤자 정돈될 리가 없다. 그럴 땐 정리의 달인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정리의 시작은 버리는 것이다."
엉망진창이 된 마음에서 헤맨다고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버려야 정리는 시작되는 것이다. 사건을 복기하고 가시 돋친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뭐가 어디서 엉킨 것인지 풀려 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뚜껑을 단호하게 닫아버린다. 그걸로 끝. 아무 생각 없이 돌아서면 된다. 그것이 마음 정리의 달인이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