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꾼의 일탈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by 조성현

친구 부부는 서로 내 딸을 안고있겠다고 입씨름을 했다. 아이 넷을 키우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아기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을 보니 아이에 대한 사랑은 키울수록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증폭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넷째가 더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말에, 이제 백육십일된 아기를 키우면서 '빨리 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내가 민망해졌다. 그들은 첫째는 원래 힘들다고 그네들도 그랬다며 나를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내 딸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언젠가 나 역시 이 작은 존재를 온전히 품에 안을 수 있던 때를 그리워할 것임을 추호의 의심 없이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 존재가 작아도 너무 작은 나머지, 혼자서는 먹을 수도 닦을 수도 심지어 잘 수도 없는 무능함이 내겐 너무 버겁다. 허드렛일은 던지고 던져도 되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반복되고, 그것들로 하루가 가득 차면 나마저도 하찮아지는 기분이 들어 영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며칠 동안은 매일 같이 딸을 들쳐매고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집에 있어도 느긋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차라리 밖으로 가면 뭐라도 새로운 게 보이지 싶어서 말이다. 오늘의 행선지는 연희동 친구의 가게였던 것이다.

친구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게 우리 가족을 맞아 주었다. 내 친구가 먼저 내 딸을 건네받아 안고 있는데, 친구의 아내가 다시 빼앗아 안고, 또 내 친구가 안겠다고 하는 걸 보니, 서로 게임하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어린아이들 같아 그 모습이 우스웠다.

딸을 맡긴 덕분에 두 팔이 자유로운 상태로 파스타고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다. 가벼운 몸을 만끽하고 있자니 어느새 집에서 나온 지 다섯 시간이 다 되어갔다. 열두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처럼 우리 부부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이제 집에 들어가서 씻기고 먹이고 재울 시간이야, 오늘 밤에는 잘 잤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며 도로를 달렸다.


도로의 끝에 다다른 우리는 다시 허드렛일을 하는 일꾼으로 돌아갔다. 역시 불평할 겨를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오늘은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그래야 내일도 어디 다른 데로 놀러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친구의 품에서 편안해보이던 딸




매거진의 이전글마음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