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피어나는 여유와 타닥타닥 타오르는 낭만이

그리우면 떠나면 되지

by 조성현

연예인들이 캠핑카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비슷한 포맷의 그저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보조를 하던 한 명이 조리되던 음식의 맛을 보고는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호들갑을 떠는 것마저 어디선가 본 장면이었다. 놀라웠다. 이런 식의 예능이 아직까지도 양산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저 뻔하디 뻔한 장면을 보고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었다. 맙소사. 내가 캠핑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위가 캠핑이었다. 짐 챙기는 것도 귀찮고, 멀리 이동하는 것도 귀찮고, 집 푸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번거롭고, 잠자리도 불편한데, 심지어 다음날 다시 짐을 싸야 하고, 집에 가서도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상상만 해도 괴로운 고문이었다. 캠핑에 푹 빠진 사람들은 장비 구매에 캠핑장 대여에 돈을 깨나 쓰던데, 나는 돈을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치고 극구 사양하겠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좋아 보였던 것은 밤하늘 밑의 공기가 너무도 한가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위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그 옆에서는 장작불이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웃는 얼굴과 목소리들. 그런 여유를 맛본 지 얼마나 됐더라 생각하다가 추억을 떠올리는 건 그만두었다. 왠지 딸에게 궁핍의 탓을 돌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대신 아내가 며칠 전 보내왔던 <2026년 봄에 갈 곳> 리스트를 떠올렸다. 거기에는 무려 열한 곳의 여행지가 있었다. TV 속 여유를 부러워할 필요 없이 산 넘고 바다 건너가서 여유를 즐기면 될 일이었다. 이제는 둘이 아니라 셋이니 낭만도 한 겹 더 쌓이지 않을까. 물론 고생은 두 겹 더 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2FF73771-EB56-4F0A-967A-63C615C3064E_1_105_c.jpeg?type=w1 여유가 그리울 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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