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만나요

서울역에서 잠시 모인 두 개의 동선

by 조성현

단골이라는 말로는 서운할만큼 각별한 애정을 가진 숙소가 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이런 곳에 펜션이 있다고?" 싶을 정도로 외진 덕에 소음과 빛 공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내 키만큼이나 높이 쌓인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들을 수 있다는 점. 사장님 내외 분에게 자유롭고 낭만적인 아우라가 넘친다는 점. 여기에 반해 몇 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사장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홍대 근처에서 LP 바를 운영하시다가 어떤 계기로 연고도 없는 평창 산자락의 땅을 충동구매(?)하셨고, 놀랍게도 직접 집을 지으셨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수로 전직하게 되셨는데, 강원도 평창에서만 활약하는 게 아니라 바다 건너 다른 나라까지도 출장을 가신다. 해외 진출 스토리를 듣자하니, 해외는 목수 인건비가 너무 비싼 탓에 지인이 일을 의뢰하면 종종 나가시게 된 것이다. 숙식에 비용까지 받으니 한 번 가면 기본 두 달을 체류하며 여행도 하며 낭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오시곤 했다.


엊그제, 쇼핑하고 점심 먹을 요량으로 방문한 서울역에서 낯익은 두 명의 실루엣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사장님!"

강원도 평창에 있을 두 분을 서울역 롯데아울렛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마주칠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이래서 좁은 세상에서 죄짓고 살면 안된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우리는 각자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나는 품에 딸을 보이며 우리 가족에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사장님은 두 달 동안 평창에 없으니 놀러 오려거든 유월에 오라는 소식을 전했다. 알고보니 서울역에 오신 이유도 해외 출국을 위해 공항철도를 타러 오신 것이었고 두 달 간 뉴질랜드에 다녀오시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이십 일동안 캠핑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사장님의 눈에 흥분과 기대가 가득했다.

그럼 유월에 가겠노라고, 이번에는 둘이 아니라 셋이서 가겠노라고, 그때 뵙겠다고 훗날의 재회를 기약하며 잠시 마주친 두 개의 동선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졌다. 이제 우리의 자취는 서울 곳곳을 맴돌며 남겨질 것이었고, 사장님들의 것은 이내 뉴질랜드까지 이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면 두 자취는 다시 평창이라는 곳에서 하나의 점으로 만날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는 그때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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