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CP Dec 31. 2023

다시 시작하기로.

23년 마지막 날의 결심

오래 다녔던 첫 회사를 그만두고 새 출발을 위해 20년 초, 브런치를 시작했다. 

첫 홀로 해외여행이자, 유럽 여행이었던 파리 여행기를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했다. 큰 변화를 결심하면서 생각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쳤고 SNS를 넘어선 도구를 통해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리 여행기를 생각대로 완성하지 못하면서 후회와 자책감 속에서 브런치를 외면하고 있었다. 파리 여행기를 완성하고 난 다음에야 이후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그러다 무뎌지고... 잊게 되었다. 아니, 잊으려고 애썼다. 뇌 한구석의 이질감을 무시하면서. 쓸 거리가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웹툰PD가 되어 정신없이 일했기 때문에 쓰려면 쓸 거리는 넘쳐났으나 그야말로 정신이 없어서 써봐야 넋두리를 하거나 신선하지 않은 정보들을 생생함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나열할 게 뻔했다. 사유가 텅 빈 글이 될 개연성이 컸다. 이 또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23년은 달랐다. 생각할 여유가 없기는 여전했지만 생각해야만 했고, 그래서 사유의 시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시도때도 없이 그렇게 되었다. 하던 일의 성격도 변했고, 시장의 변화와 산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피부에 와닿게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말하자면 살아남을 궁리를 매일같이 해야했다. 진심으로 성공을 욕망하게 되었다. 명예욕이나 재물욕 때문이 아니라 성공해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남아야 명예도 재물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살아남는 것 자체가 존엄한 것이므로 이제는 가치 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제 4년 여간의 웹툰PD로서의 여정을 정리해가면서(여전히 하고는 있다. 양을 줄이고 계속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다시 출판 일을 하고 있다. 22년 하반기부터 준비해 23년 상반기에 런칭한 소설 레이블 텍스티(TXTY)를 반드시 성공시켜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책 한 권을 낸 올해와 달리 24년은 여러 종의 책을 출간할 것이고 그 작품들이 널리 읽히도록 하기 위해 텍스티 멤버들과 다이나믹한 여정을 보낼 예정이다. 멤버들이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많고 다양한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버티고 성공적 행보를 차근차근 해나감으로써 함께 하시는 작가님들이 든든함을 느끼시면 좋겠다. 한 번 더 웃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출판 시장의 동향을 보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책 팔아서 성공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떤 일이 어렵지 않겠는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책을 넘어 브랜드를 팔아야한다는 사명이 왜 필요했는지를 증명해내고자 한다. 


그럼에도 당장 첫 장편소설이자 두 번째 책 <수상한 한의원> 예스24 펀딩 수치를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게 되는... 초조함과 설렘 사이에? 


우선은 이 책이, 텍스티 멤버들의 끼와 노력이 사랑받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